심리학 이야기
불안형 애착과 회피형 애착의 사랑은 마치 뜨겁게 달아오른 냄비 같아요. 보글보글 끓다가도 어느 순간 김이 새고, 이내 물이 증발해버리는 겁니다. 겉보기에는 뜨거운 사랑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긴장과 충돌이 빚어낸 복잡한 역학으로 얽혀 있어요. 참, 쉽지 않은 사랑이죠.
한쪽은 상대의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받으려 하고, 다른 쪽은 그런 요구가 마치 숨통을 조이는 것 같아 뒷걸음질 칩니다.
시작은 언제나 강렬해요. 불안형은 상대의 무심함을 매력으로 느끼고, 회피형은 불안형의 전적인 관심 속에서 잠시 안정을 찾습니다. 하지만 곧 그 열정은 갈등으로 변하고, 불안은 불쑥 커집니다.
불안형은 상대의 사랑을 확인받으려 하고, 그럴수록 회피형은 더 멀어지죠. 이 연애 게임은 두 사람 모두의 무의식적인 상처를 건드리며 반복되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한쪽은 "당신은 너무 무관심해!"라고 외치고, 다른 쪽은 "넌 왜 이렇게 집착해?"라며 문을 닫아버립니다.
관계는 위태롭게 흔들리며 결국엔 이별로 치닫곤 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서로를 놓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불안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니까요. (회피형 애착이 상대에게서 멀어지려는 이유는 내면의 불안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불안형 애착이나 회피형 애착 모두 그 중심에는 '불안'이라는 놈이 있는 거죠.)
문제는 이런 관계가 단순히 성격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건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애착 패턴의 결과예요. 불안형은 사랑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던 아이였을 가능성이 크고, 회피형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억눌렸던 환경에서 자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불안형은 여성이 많고, 회피형은 남성이 많을 겁니다. 성별에 따른 사회적인 기대가 그러하니까요.
이런 행동은 본능처럼 나타납니다. 불안형은 작은 행동 하나에도 과민 반응을 보이며 사랑을 확인하려 하고, 회피형은 그 친밀함이 자신을 잠식할 것 같은 두려움에 스스로를 차단합니다. 그러니 갈등은 계속 될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영원히 이런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걸까요? 만났다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났다 헤어지고? 그렇진 않습니다. 물론 그러러면 먼저 해야할 게 있죠.
바로 자신을 돌아보는 겁니다. 불안형은 "왜 나는 이렇게까지 상대의 조그만 행동에도 영향을 받을까?"를, 회피형은 "왜 나는 사랑이 두려울까?"를 물어야 합니다. 자신의 무의식적 패턴을 깨닫는 게 변화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그 다음 필요한 건 행동입니다. 불안형은 상대방의 거리가 꼭 사랑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회피형은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며 그 벽을 허물기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상대방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애착 스타일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 뿌리 깊은 깊은 무언가입니다.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신뢰가 쌓여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한다면, 이 관계는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힘이 될 겁니다. 사랑은 복잡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 삶의 정수가 숨어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가 다다르고 싶은 곳은 바로 그런 장소일 겁니다.
결국 그게 사랑의 본질 아닐까요? 끝없이 복잡하지만, 결국 둘 다 성장하게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