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이었어. 갑자기 노트북을 켰지. 보통은 이게 넷플릭스를 보거나 쿠팡을 열기 위한 도구지만, 그날은 좀 달랐어. 뭔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왜냐고? 아마도 머릿속에 먼지가 많이 쌓였나 봐. 글을 쓰지 않으면 그 먼지가 풀풀 날려서 엉망이 될 것 같은 느낌, 왜 그런 거 있잖아.
글을 쓴다는 건 좀 웃기지 않아? 혼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거. 사람들은 그걸 '창조'라고 부르지만 내 입장에선 그냥 '말 많음'의 다른 버전이야. 하루 동안 누군가에게 못다 한 말, 아니면 하지 못한 말, 그 모든 걸 문장으로 뱉는 거야.
그런데 글이라는 게 묘해. 일상의 자잘한 기록을 적기 시작하면,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이 묻어나와. 가끔은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싶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 이건 너무 오글거린다"며 노트북을 덮기도 하지. 하지만 진짜는 그 안에 있어. 그 오글거림 속에. 진심이라는 게 늘 약간은 촌스러우니까.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도 그래. 우린 왜 말하는 걸까? 아무리 멋진 이유를 붙여봐도 결국엔 '외로워서'잖아.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무겁고, 나누자니 쪽팔리고. 근데 나눠야 돼. 그래야 그 쪽팔림 속에서 공감이 태어나거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듣고 "야, 나도 그래"라고 말하는 순간, 묘한 해방감이 생겨.
어쩌면 그게 소통일 거야. 네가 느낀 그대로를 말하는 것. 약간 어설프고 불완전할 수도 있지만, 그게 진짜야. 완벽하려고 애쓸 필요 없어. 완벽한 글은 읽다 보면 지루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했어. 가끔 밤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완벽하진 않겠지만 정직할 거야. 새벽 세 시의 사랑 고백처럼. 어쩌면 이건 그저 또 다른 형태의 '말 많음'일 수도 있어. 하지만 뭐 어때? 적어도 이 '말 많음'은 누군가의 새벽을 덜 외롭게 해줄 수 있잖아.
이게 첫 번째 이야기야. 앞으로도 계속될 거야.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어설프게. 하지만 진심인.
네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뭔가를 나누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야. 완벽한 에세이 따위가 아닌, 진짜 이야기.
그럼 또 보자고.
아, 그리고 혹시 늦은 새벽에 잠이 안 온다면......
걱정 마. 너만 그런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