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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로 여행지를 선정한 이유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수천 년 전의 유적을 향하여

by 소심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해외여행을 좋아하는데,

국내에도 당연히 시간 내어 발길을 내어줄 만한 아름다운 곳들이 많지만

외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이국적인 공간에서

내가 나고 자란 우물이 확장되는 듯한 그 기분을 좋아한다.

그래서 입사하고 나서 1년에 한 번씩은 2주 정도 먼 곳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입사 1년 차에는 이탈리아, 2년 차에는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다녀왔고,

3년 차인 올해는 어디에 가야 좋을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사실 최근에 여행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아프리카 탄자니아나 남미 일부 지역(볼리비아 등)이었는데,

치안이나 위생, 전염병 등의 사유로 무리한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당장 내 신변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무사히 다녀오더라도 주변에 민폐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서 요르단의 페트라 사진을 보고 마음이 혹하였다.

자연과 인위의 중간쯤 되는 그 유적이 주는 기운이 작은 화면 속으로도 전해졌고

실제로 그곳에 가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요르단을 후보지로 선정해 놓고 혹시 더 가고 싶은 여행지가 생길까,

혹은 비행기 가격이 더 낮아지진 않을까 하는 가능성에 본격적으로 여행을 추진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다 날이 갈수록 심란해지는 중동 정세에 요르단이 아닌 다른 후보지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발리가 눈에 들어왔다.

발리는 여행 기간이 2주 이상 필요할 정도로 멀거나 관광할 요소가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그렇게 후보지를 확정하려고 할 즈음 발리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항공편이 줄취소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여행을 계획한 시기보다는 2개월 정도 전이라 이후에는 괜찮을 수도 있었지만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도박을 하기에는 '이번 여행으로' 그리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그렇게 여행 날짜는 다가오는데 여행 준비(비행기 예매, 숙소 예약 등)는 커녕 여행지 선정도 못하고 있자

같이 가기로 한 친구와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친구와 내 여건(예산,취향 등)에 딱 들어맞는 여행지를 못 찾고 있는 것도 맞았지만

혼자 여행을 계획할 때와는 다르게 어떤 선택을 위해서는 두 명의 의사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결정을 내리겠다는 '작정'의 날이 필요했던 것 같다.


고민했던 시간에 비해 여행지 선정부터 비행기 예매까지 약 1시간 남짓의 시간만에 이루어졌는데,

요르단 여행을 계획할 때 같이 후보로 이야기가 나왔던 이집트가 우리의 목적지가 되었다.

중동 정세로 요르단 여행이 무산되면서 중동과 위치적으로 가까운 이집트도 우선순위 뒤편에 잠시 넣어두었었는데 아예 새로운 여행지를 찾지 못하자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집트가 여행하기에 쉽고 안전한 나라는 아니지만,

박시시 문화 때문에 호객 행위가 많을 뿐이지 납치, 폭행 등의 범죄나

이집트 종교의 90%를 차지하는 이슬람에서 훔치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기 때문에

소매치기도 거의 없다고 하는 점이 결심을 도와주었다.

* 박시시 문화: 페르시아어 원형으로 나눔, 자비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어떤 것을 베풀고 돈을 요구하는 '강요받는 팁' 문화


대단한 이유는 아니지만 그렇게 이집트로 여행지를 선정하였고,

친구와 나의 이집트 여행기 '입애굽기'가 시작되었다.


나의 이집트 여행은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쓰레기장에서 진행한 팬미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열악한 환경 속(쓰레기장)에서 사진과 각종 매체에서는 무수히 봐 온 유적(연예인)들을 실제로 보고,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따로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지만 팬미팅이라고 표현해 보았다.


쓰레기 마을 언덕에 위치한 동굴교회


이집트 여행은 10월인데도 너무 더웠고, 매연과 담배냄새가 거리는 물론 택시에서조차 떠나질 않았으며

끊임없이 달라붙는 호객꾼들에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수천 년의 시간이 녹아든 유적을 비롯한 이집트 문명,

아름다운 경관들은 그 모든 것을 견디도록, 그리하여 이집트에 온 내 결심을 후회하지 않도록 해 주었다.

열악한 환경들과 기본 5시간이 넘는 이동시간은 1살이라도 젊을 때 가야 할 체력을 필요로 하지만

인생에서 한 번쯤은 가볼 만한 멋있고 또 존경스러운 문명을 지닌 나라이다.


입애굽기에서는 내가 방문한 이집트 도시들과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 여행 당시에는 몰랐던 것들까지 끌어내어 나의 이집트 여행을 기록할 것이다.

4000년 전 이집트 선조들이 남긴 기록의 중요성을 상기하며.


이 글이 이집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정 수립에 도움을, 계획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간접 여행을 하며 힐링 혹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매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집트 여행 일정 요약]

10/2 인천공항 출발

10/3~4 카이로

10/4~5 시와

10/6 메르사마트루

10/7~8 아스완

10/9~10 룩소르

10/11~12 후르가다

10/13~14 카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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