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르가다에서 스노클링 하다가 낙오되기
후르가다는 이집트 북동쪽에 위치한 해안도시로 홍해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홍해는 아라비아반도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중동이나 아프리카쪽을 방문하지 않는 이상 볼 수가 없기 때문에 가기 전부터 무척 기대가 되었다.
또한 그 유명한 모세의 기적, 성경 이야기에 나오는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건넌 바다가 바로 이 홍해바다이기 때문에 기대감은 더 증폭되었다.
섬 이름이 오렌지? 선명한 3가지 색의 바다
후르가다에서는 숙소 근처에 위치한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고 놀아도 되는데, 오렌지 베이라는 섬이 있어서 미리 투어를 신청하여 섬도 구경하고 스노클링도 하기로 하였다.
오전 8시 반 미팅이어서 물놀이 준비를 한 후 숙소 로비에서 픽업을 기다렸다가 투어기사가 와서 선착장으로 향하였다.
배를 타고 구경한 홍해바다는 색깔이 총 3개였는데, 그 경계가 굉장히 뚜렷해서 영화 촬영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 바다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색적이었다.
배 바로 앞쪽, 깊은 바다 쪽은 청량한 코발트 색 블루였고, 해변 쪽은 민트색이 조금 더 강한 영롱한 에메랄드 색, 그 사이는 파스텔 톤의 하늘색이었다.
한 시간 정도 배를 타고 가자 옅은 에메랄드 빛의 바다로 둘러싸인 오렌지 베이 섬이 나타났다.
친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해변에 누워 조금 잔다고 하였고, 나는 섬과 바다를 거닐며 한적하게 섬을 구경하였다.
수영복을 입고 가긴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바닷물이 꽤 차서 수영은 하지 못하고 다리까지만 담길 정도로 바다에 들어가서 바다에서 보는 바다와 섬의 뷰도 구경하였다.
바다에 들어가서 주위를 보면 바닷물이 없는 땅에 서있을 때보다 시야에 걸리는 게 없다.
탁 트인 풍경에 그 어떤 구조물도, 심지어 자연이 만든 장애물일지라도 그 어떤 것 하나 눈에 걸리는 일 없이, 오직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태초부터 그 모습 그대로인 바닷물에 스며들어 있노라면 마치 자연과 한 몸이 된 것만 같아 숭고하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바다를 혼자 구경하다가 심심해져서 자리로 돌아오니 친구가 망고를 사놓았다.
친구가 자는 동안 나한테도 직원이 망고를 팔러 왔었는데, 그래도 공금이고 친구는 먹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서 친구 일어나면 물어본다는 핑계로 거절을 했었다.
친구한테 가보니 너무 배가 고프고 망고가 정말 맛있어 보여서 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사 버렸다고 했다. (이 때는 현금을 나만 갖고 다녔다.)
비록 본인이 돈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먹고 싶은 거 참지 않는 친구가 참 기특하다.
여기서 먹은 생망고는 정말 너무 맛있었다.
망고를 먹고 친구랑 섬 구경을 더 하다가 그늘에 있는 소파 같은 곳에서 낮잠을 자고, 시간이 되어 스노클링을 하러 다시 배로 돌아갔다.
스노클링 중에 낙오되다
스노클링을 하기 전 선상에서 중식 뷔페를 차려주었는데, 파스타, 치킨가스 같은 것, 수상한 소시지, 심지어 쌀밥까지 먹어본 그 어떤 것보다도 최악이었지만 배가 많이 고팠던 관계로 꽤 비울 수 있었다.
첫 번째 스노클링 장소에 도착하였다. 오늘을 위해서 방수팩도 사서 핸드폰으로 바닷속을 찍었는데, 나와 보니 제대로 찍힌 게 거의 없었다.
스노클링을 하다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위해 가이드가 커다란 구명 튜브에 사람들을 5~6명씩 데리고 다녔는데, 너무 좁아서 스노클링이 힘들고 자꾸 사람들 발에 차여서 구명조끼도 입었겠다 수영도 못하면서 혼자 떨어져서 스노클링을 하며 따라갔다.
잘 놀고 있다가 산호초가 너무 높게 올라온 곳이 많아 부주의하게 발길질을 하면 다칠 것 같아서 혼자 헤매다 보니 이미 다른 사람들은 배 쪽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산호초가 너무 많은 구역이어서 당황했는데, 우리 배 쪽에서 가이드가 저 쪽으로 가라고 계속 소리를 치기 시작해 혹시 산호초 말고 다른 위험한 문제가 있나, 그렇지 않더라도 저 먼 곳까지 이 산호초를 뚫고 어떻게 가지 덜컥 겁이 났다.
혼자 가보려고 하다가 도저히 부족한 수영 실력으로 산호초를 피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고, 스노클링 장비가 헐거워 눈에 물까지 들어가서 배를 향해 헬프를 외쳤다.
결국 가이드 한 명이 내 쪽으로와 나를 끌고 배로 돌아갔고, 거기서 벗어나라고 몇 번이나 외쳤다고 나한테 화를 냈다.
이미 잔뜩 겁까지 먹었던 상황이라 속상했지만,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화낼만하다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두 번째 스노클링 장소에서는 스노클링을 하지 않고 친구만 보냈다.
첫 번째 장소에서 낙오된 경험으로 인해 겁이 났고, 스포츠 타월도 가져오지 않아서 물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매우 추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오후 5시쯤이 되었다.
원래는 저녁에 해산물 요리까지 먹고 들어갈 계획이어서 바다에 들어갔다 나온 찝찝함에 숙소로 돌아가 씻고 나오고 싶었는데, 친구가 숙소에 다녀오기 귀찮아했고, 또 들어가서 각자 씻고 준비하고 나오면 7시나 될 것 같아서 그냥 일정을 다 마치고 들어오기로 했다.
이집트식 카다이프 팬케이크, 쿠나파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아 밥을 먹기 전에 궁금했던 이집트 디저트 '쿠나파'를 먹으러 갔다.
쿠나파는 카다이프를 바삭하게 구워서 그 안에 치즈를 넣고 마지막에 시럽에 푹 절여서 먹는 디저트이다.
첫 입은 정말 맛있긴 했는데, 나름 단 걸 잘 먹는다고 자부하는 나도 편두가 저릿할 정도로 정말 달았다.
배가 엄청 고프진 않았지만 하루 종일 투어도 하고, 점심도 제대로 안 먹은 상태에서도 한 조각만 먹고 물려서 더는 먹지 못했다.
사장님 같은 분이 직접 만들어 주셨는데 무려 30분이나 걸릴 만큼 노동집약적인 디저트였다.
너무 달아서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하는 거 중간에 어떤 친구가 와서 한입 달라고 구걸하길래 그냥 한 조각 주었다.
디저트 가게에서 한국에 사들고 갈 선물로 엿 같이 생긴 중동 디저트 선물 세트와 석류맛 초콜릿으로 쌓인 대추야자 간식을 산 뒤 가게를 나왔다.
원래 계획은 해산물 요리를 먹는 거였는데, 친구가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몸이 계속 안 좋아 힘이 없는 관계로 저녁은 생략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후르가다에서의 첫째 날은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해산물 요리는 다음날 점심에 먹었다.
후르가다 수산시장에서 인생 “게”를 만나다
후르가다에 있는 수산시장은 먹고 싶은 해산물과 조리 방법(그릴, 프라이 등)을 고르면 바로 요리해 주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빨간색 생선과 새우, 오징어, 게를 골랐다.
알록달록 먹어도 되나 싶은 예쁜 물고기들도 많았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25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수산시장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시간 맞춰서 다시 돌아갔다.
이집션 타임으로 총 40분 정도 걸려서 음식을 받은 것 같다.
오징어는 튀겨달라고 했는데, 같이 그릴해 버리셨다.
그로 인해 서비스로 그린 샐러드를 받고 밥과 음료를 추가해서 맛있게 먹었다.
특히 게가 살이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원래도 게를 좋아하는데, 짠 것보다 담백한 맛을 좋아해서 그 자체로 조미료 없이 그릴 한 게의 속살이 눈꽃치즈 같은 식감이었고 정말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내가 너무 맛있어해서 친구가 본인 게도 1/4만 맛보고 남은 걸 나에게 양보해 주었다.
생선과 새우, 오징어도 맛있었지만 예상 가능한 맛이 났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숙소 바로 뒤에 있는 해변에서 바다 멍을 때렸다.
3시에 카이로로 돌아가는 버스를 6~7시간 정도 타야 했기 때문에 다른 곳을 관광하기엔 시간이 애매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숙소 바로 뒤에도 작고 예쁜 해변이 있어서 시간이 되면 해수욕을 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을 애써 누른 채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백 투 더 카이로!
멀미인도 7시간 버스는 이제 껌이다
버스 시간이 다가와서 숙소에서 짐을 찾은 뒤 터미널로 향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책을 읽다가 그대로 책을 손에 쥔 채 잠에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옆자리 아저씨가 머리 위 짐칸을 가리키며 무슨 말을 하길래 내 짐을 올리라는 건가 싶었는데, 오랜 이동이 예정되어 있기에 버스에서 물과 간식을 나눠주었고, 내가 자느라 옆자리 아저씨가 받아서 위에 올려놓은 것이었다.
고맙다고 인사한 뒤 간식을 꺼냈는데, 티백과 커피, 작은 과자가 들어있었다.
그다지 먹을 만한 건 없어서 버스에 타기 전에 사두었던 감자칩과 견과류를 먹었다.
오후 10시쯤 카이로에 도착하였고, 기자에 있는 숙소에 가서 짐을 푼 뒤 루프탑에서 피라미드 야경 뷰를 잠깐 감상하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