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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 동쪽의 산 자를 위한 도시

카르낙 신전과 후르가다로의 이동

by 소심천

룩소르에서의 두 번째 날은 후르가다 이동 때문에 일정이 많지 않았다.

룩소르 기사님의 추천 장소인 데이르 엘 메디나를 방문했다가 카르낙 신전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기사님이 메디나를 꼭 방문해야 한다고 데려다주셨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어제 방문한 메디넷 하부랑 비슷한 건가 하였지만 다른 장소였다.


못다 한 서안 투어, 데이르 엘 메디나

어제와 동일하게 입장 티켓을 사고, 룩소르의 서안 지역에 있는 메디나에 도착하였다.

왕가의 계곡의 축소판 같은 크기의 산이 있고, 그 사이에 터가 드문드문 남아있었다.

계단을 밟고 내려가야 하는 폐쇄되고 작은 공간들이 있었는데 내부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데이르 엘 메디나는 고대 이집트 시기 왕가의 계곡 무덤을 만들던 장인들과 그 가족들이 살던 마을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이곳 주민들은 왕실 소속 기술자로 왕가의 계곡 무덤을 설계, 조각, 채색하던 엘리트 장인층이라고 한다. 람세스 3세 시대에 식량이 지급되지 않자 이 마을 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하고 시위를 벌였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세계 최초의 파업 사례로 유명한 일화이다.

주민들 대부분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무덤도 스스로 지었는데, 특히 이곳의 무덤들에서는 개인 신앙과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산 자의 도시, 나일강 동쪽의 카르낙 신전

메디나 관광을 마치고 바로 동안에 있는 카르낙 신전으로 갔다.

룩소르 여행에서의 마지막 관광지다.

티켓을 구매하고 내부에 들어가자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하였다.

비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었고, 친구가 한 번쯤은 가이드를 들으면서 관광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가이드를 요청하기로 하였다.

현금이 부족해서 다시 신전 바깥에 있는 ATM기까지 갔다 와서야 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룩소르는 신왕국 시대의 수도였는데, 고대에는 테베라고 불렸고,

테베의 주신 아몬은 '숨겨진 신'이라는 뜻으로 태양 신 '라'와 결합해 '아몬-라'로 숭배되었다고 한다.

이 신전은 각 왕들이 신의 은총을 입증하고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계속 증축하며 발전하여 총 30명 이상의 파라오가 2,000년 동안 이어서 확장한 '신들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입구에 있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피롱을 지나쳐 가면

카르낙 신전의 하이라이트인 대열주실이 나오는데 134개의 거대한 석주가 숲처럼 늘어서 있다.


테베(룩소르)에서는 매년 나일강 범람기에 신왕국 시대 가장 중요한 종교 축제인 오페트 축제를 열었는데, 카르낙 신전에서 룩소르 신전까지 쭉 이어서 행진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나일강 범람의 흔적이 카르낙 신전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카르낙 신전의 나일강 범람 흔적


끝으로 오면 스카라베, 쇠똥구리 석상이 있다.

이집트인들은 쇠똥구리를 부활을 상징하는 좋은 뜻으로 여겼는데,

쇠똥구리가 똥공을 굴리는 모습이 해가 떠오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부활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였다고 한다.

이 쇠똥구리 석상을 시계 방향으로 3번 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거나 30번 돌면 아기를 갖게 된다는 전설이 있다.

카르낙 신전의 쇠똥구리 석상


설명을 마친 가이드와 헤어진 후 석주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은 뒤 가려고 하는데,

관리인 같은 아저씨가 굿 포즈를 알려주겠다고 다가왔다.

괜찮다고 해도 기어코 석주들 틈새로 보이는 오벨리스크를 손끝으로 가리키는 포즈와

거대한 석주들의 윗모습까지 나오도록 바닥부터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주고는 역시나 팁을 요구하였다.

현금을 인출해서 가이드에게 다 주었기 때문에 당시 현금이 없었고,

현금이 없어서 팁을 못 준다고 하자 쿨하게 인사를 한 뒤 가버리셨다.


룩소르에서의 마지막 식사, 또다시 양고기

카르낙 신전을 둘러보고 나니 오후 1시가 돼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다시 기사님에게로 갔다.

차에 두었던 초콜릿이 다 녹아버렸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향수가게도 들렀지만 따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룩소르 향수가게


양고기 무새 친구로 인해 이번엔 양갈비 사진까지 보여줘서 양갈비 음식점을 찾았고,

우리가 찾던 양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좀 짜긴 했지만 괜찮게 먹었던 것 같다. 메르사마트루에서 먹은 양고기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사카라 맥주도 처음 먹어봤는데, 도수도 높고 별로 시원하지 않아서 맛이 별로였다.

한두 입 먹고 그대로 남겼더니 계산할 때 주인아저씨가 정리하면서 남은 맥주 캔을 들어보더니 왜 이렇게 많이 남겼냐며 갑자기 다른 테이블에 앉히고 맥주를 먹으라고 했다.

뭔가 억지로 먹이는 느낌보다는 '이 맛있는 걸 왜 남겼지~?! 얼른 더 먹어봐~'이런 느낌이어서 정중히, 하지만 끝까지 사양한 뒤에야 나갈 수 있었다.

룩소르에서 먹은 양갈비와 사카라 맥주


고버스 타고 후르가다로 이동

밥을 먹은 뒤 숙소에 가서 짐을 찾고 버스터미널에 미리 가 있었다.

룩소르에서의 2일 동안 재촉이나 어떤 강요 하나 없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관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착하고 귀여운 기사님과는 이곳을 마지막으로 남은 투어 비용을 지불한 뒤 작별인사를 했다.


4시간 반 정도 고버스를 타고 후르가다로 이동해야 했기에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길 건너편에 있는 매점 같은 곳에 갔다.

친구 것까지 주스 2개와 초콜릿, 이집트에서 유명한 초코소라빵같이 생긴 것이 작은 사이즈로 들어있는 빵과 칩 등 스낵류를 샀다.

내가 과자를 고르는 동안 매점의 주인 같아 보이는 분 외에 옆에 한 분이 더 있었는데,

갑자기 나보고 후르가다에 가냐고 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자 본인이 후르가다로 가는 고버스 기사라고 하셨다.

이런저런 스몰토크를 하다가 매점 주인이랑 짱친이신지 신현준, 정준호처럼 서로를 비난하고 무시하는 농담을 계속 하지만 타격이 전혀 없어 보여서 조금 웃겼다.

다 사서 가려고 하는데 버스 기사가 갑자기 주스를 몇 개 샀냐고, 친구 것까지 2개 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맞다고 친구 것까지 2개 샀는데, 뭐가 문제지? 하고 이해를 못 한 눈으로 쳐다보니까 갑자기 숨겨둔 내 주스를 뒤에서 꺼내셨다. 장난기가 참 많은 버스기사 아저씨였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이동을 하다가 휴게소에 잠깐 멈췄고, 화장실도 가고 바람도 쐴 겸 잠깐 나왔다.

혼자 주변을 구경하며 노을 사진을 찍고 있자 어떤 러시아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줄까? 라며 말을 거셨다.

성의를 거절하기가 그래서 내 사진을 찍을 생각은

없었지만 부탁드렸다.

아저씨의 아들 이야기를 들으며 스몰토크를 나눈 뒤 버스에 다시 탑승하였고,

그렇게 2시간 반 정도 더 이동을 한 후에야 생애 첫 홍해바다를 느낄 수 있는 후르가다에 도착하였다.

후르가다 이동하면서 들린 휴게소와 후르가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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