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2) 친구 아래서 일하지 말자

단단한 자아 성장기 (2015~2018)

by 아남과소년

본 연재 글은 사화생활 - (1) 박싱 in 항공 컨테이너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 그러나, 반복 육체노동이 계속될수록 외면했던 불안감은 점차 커져갔다. 나의 헛되고 커다란 희망에 대해 경영진으로부터 어떤 메시지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Operation 담당의 공동 사장이 나에게 식사 중에 말한다.

"지훈 씨는 숫자 보는 감각도 있고, 분석도 어느 정도 잘 하는 것 같으니 여기서 배운 것 가지고 또 창업해요. 여기서 일하는 것들이 다 지훈 씨한테 자산이야."

"아 네.. ㅎㅎ 잘 배우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수준으로 평가받고 일을 시작한 직원이 몇 개월이 지나, 미래의 인센티브와 스톡옵션을 물어보기에는 적절하지 못함을 알았다.

그러나, 내 개인적 입장에서 총원 4명의 불안정한 스타트업에 합류함으로써 다른 진로로의 출발을 보류하고 있는 것이라 기회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도 맞았다.

'사업이 성장하였을 때 나에게 무엇을 보상하겠다는 모호한 비전이라도 제시해야 하지 않나? 세부적 보상 조건을 계약 조항으로 바라는 것도 아닌데...'

마음의 소리는 점점 머릿속을 가득 채워 갔다.


친구가 사장인 덕분에 스타트업 합류 시점부터 거하게 마셔 버린 김칫국은 아직 뱃속에 가득 차 있었으므로, Operation 공동 사장의 평범하고 당연해 보이는 짧은 조언은 나에게 묘한 박탈감과 수치스러움을 선사했다.

나는 초창기에 함께 합류하여 사업을 키워가는 원년 멤버가 아니라 그냥 "일개" 직원임을 명확히 깨달았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던 진실이었는데, 힘겹게 회피하면서 하염없이 허황을 꿈꿨었는데 공동사장 덕분에 이제는 멈출 수 있었다. 마음이 평안해졌다.


사실은 나의 친구이자 대표님으로부터 가장 확인하고 싶었다. 불확실성 높은 사업의 성장을 나에게조차 끊임없이 피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미래 시점에서 스타트업 초창기 멤버 개인이 기대해기에 적절한 비전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다.

친구와 편안하게 과거 초등학교 추억을 주고받을 때, 20대 후반 남자들끼리 흔히 하는 여자 이야기를 나눌 때, 외부 파트너와 협업 시에는 '대표님' 고개를 숙여 모시며 합을 맞출 때, 모든 커뮤니케이션 순간마다 나는 끊임없이 그 말을 기다렸다.


내가 직접적으로 물을 수는 없었다. 자존심도 상했고, 괜히 물어봄으로써 나의 약자 포지션을 굳혀버리는 것 같았다. 또한 15년 만에 재회된 우정은 사라지기도 쉽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나는 어서 그만두고 다른 길을 시도해야 했기에, 몇 번은 친구의 생각을 유도해 보고자 거의 태극권을 구사하듯 이리저리 대화를 굴려 보았으나 상대도 태극권을 할 줄 알았다.


그렇게 눈치를 보던 내가 식사 자리에서 공동사장으로부터 아주 깔끔한 회사의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곧 친구의 입장이기도 했으리라. 그동안 친구는 언제나 윗사람으로서 나를 대해왔던 것을 알면서, 서로 추억을 공유하는 동갑내기라는 사실을 근거로 삼아, 마치 같은 포지션인 마냥 (조심스럽게) 친한 척했던 나의 시간들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친구에게 참으로 열심히 사회생활했다.


나는 퇴사를 결심하였고,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나는 이제야 친구가 친구로 보였다. 더 이상 나의 사장이 아니니 말이다.


퇴사하는 김에 나는 그동안 참았던 공동사장의 부조리한 인사 운영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충고한다. "매월 급여 지급일을 까먹고 며칠을 지연시키는 회사에는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정해진 기일에 입금된 적이 없어 급여일 이후 나는 반복적으로 계좌를 확인해야 했고, 언제 사장님께 말씀을 드리나 눈치를 보며 어렵게 입금을 부탁해 왔다.

나는 회사가 아주 괘씸했기에 대체자를 구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급진적으로 퇴사했고, 공동사장도 나에게 충고의 답장을 준다.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의 직원은 어느 회사도 안 써줍니다. 명심하세요"

나는 답장하는 데 에너지 쓰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닫는다.


나의 헛되었던 어린 날의 못된 희망을 깊게 반성하며, 또다시 관계에 기대어 합당하지 않은 것을 기대하는 허황에 사로잡히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다시는 친구 아래서 일하지 말자.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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