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두낫띵, 빠이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서는데 제법 가족 단위 승객들이 많다. 내 앞에 있는 사람들도 가족이다. 그것도 대가족인 것 같다. 줄을 설 땐 보통 한 손에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들고 멍을 때리고 있는다. 근데 내 앞에 선 딸이 엄마를 뒤에서 푸욱 백허그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 정말 보기 좋다. 허그하는 모녀는 보는데 내 마음에 따뜻함이 밀려온다. 아들은 할아버지의 어깨를 툭툭 친다. 할아버지가 돌아보니 손가락으로 푸욱 할아버지의 볼을 찌른다. 아들은 장난스레 웃는다. 할아버지에게 볼 찌르는 장난을 치는 다 큰 성인남자의 모습이 제법 좋아 보였다. 근데 딸과 아들은 서로를 보며 진심으로 투닥대며 으르렁거린다. 진짜 누가 봐도 찐남매다. 아들이 하도 딸에게 장난을 치니 딸은 단단히 빡쳐서 주먹으로 아들을 때리지만 아들은 또 장난스레 웃는다. 사촌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옆에 있는 엄마에게 종알종알 계속 물어보고 엄마는 귀찮은 기색 없이 다 꼬박꼬박 대답해 준다. 그 대가족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지지만 한편으론 그리움이 솟구친다. 나도 가족이 있어! 나도 가족이 있다구. 그 순간 ‘홀로 있음’이 강렬히 와닿았다.
가족은 가까이에 있으면 당연하고 멀리에 있으면 그리운 존재다. 가까이에 있을 땐 온갖 짜증을 다 내는데 왜 멀리에 있으면 그렇게 소중하고 감사할까. 얼른 보고 싶다. 무진장 보고 싶다!
태국 여행은 모두 나의 예상을 빗나갔고 생각보다 안전하고 생각보다 아프고 외로웠다. 그땐 그게 참 서러웠는데 그 서러움이 감사로 변했다.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관계들. 이 소중함을 아주 절절하게 깨달았다. 주어진 관계 하나하나 너무 선물이다.
낯선 외부인. 이곳에서 낯선 외부인이 되어보니, 친절이 반갑고 연대가 간절하다. 그래서 결심한다. 친절한 사람이 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