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간다

3부. 두낫띵, 빠이

by 이수하

‘느림보 거북이 여행자의 일상’

축 늘어지고 무거운 몸을 그래도 어떻게 이끌고 동네 산에 올라갔다. 힘겹게 산에 올라도 생각이 너무 복잡했다. 한국에 오고서 거의 매일 생각이 너무 복잡했다. 처음엔 고국에 오랜만에 와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내가 너무 들떠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도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일 수 있겠다. 생각이 복잡하면 집중력도 정말 많이 떨어지기에 산을 오르다가 중간에 의자에 앉아서 명상을 했다. ​

- 숨을 마시고, 숨을 내쉬세요.

몸의 변화를 느껴보세요.

좋은 것을 들이마시고, 나쁜 것은 내쉽니다. ​

명상 가이드를 따라서 내 숨에 집중을 하고 나의 코 끝에 집중을 하다 보면 마음의 소리를 가리는 잡념들이 숨과 함께 내뱉어지는 것인지 내 마음에서 자리를 비운다. ​

- 정말 너무 바쁘다. 너무 피곤하고 피로하다.​

한국에 오자마자 쉴 틈 없이 바빴다. 여행에서의 느린 템포에서 순식간에 빠른 템포로 전환되면서 극심한 피로감이 몸과 마음을 덮쳤다. 나는 역시 빠른 템포는 맞지 않는 걸까. 내 마음이 정해진 시간에 일을 수행해야 하는 투두 리스트형 삶은 맞지 않다고 외치며 울고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갖은 교육 일정, 개인적인 일정들로 너무 바빠서 내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방치했다. 지나간 일정들을 곱씹고 또 앞으로의 빡빡한 일정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득해졌다. ​

- 우와.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차라리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

여행에서의 느린 템포를 한국에서의 일상에도 나는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한국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에서 과연 ‘느림보 거북이 여행자’는 자신의 템포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여행이 준 선물인 것일까. 슬쩍 할 수 있겠다는 작은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한국에도 좋은 햇살, 좋은 공기가 있고 책이 있고 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여행에서처럼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둔다면 좋을 것 같아.

오늘처럼 산에서 명상하고 산 내려와서 차 마시는 여유로운 삶을 내일도 살아가고 싶다. 산을 내려오면서 행복하다고, 여유롭다고 느꼈는데 그런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문득 이게 욕심인 거 같아서 겁이 나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가는 이 일상들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행복과 여유를 전해주고 싶다.




‘여행이 체질인 여자‘

나는 왜 여행이 체질일까.

체질에 이유가 어딨어.

여행이 체질이면 그냥 그런 거지. ​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사랑하는 걸까.

좋아함과 사랑의 차이는 어쩌면 “희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불편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힘들어도, 나아가본다. ​

여행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렇게 사람도 사랑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 이것이 내가 발견한 사랑이기에. ​

‘나의 끝’에서 달랏으로 달려가 쉼을 누렸다. 정말 마음껏 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끝에서 감사의 샘물이 터지고, 치앙마이에서 사랑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글쓰기가 챌린지인 것처럼, 사랑 또한 나에게 있어선 챌린지다. 어쩌면 더 큰 챌린지다. 많이 두렵고 무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나아간다. ​

파격적인 쉼에서 감사의 샘물, 감사에서 머무르지 않고 파격적으로 나눠주자는 사랑의 챌린지까지 이렇게 ‘다시 만난 여행’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아, 그렇다고 여행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어서 다른 기행이 기다리고 있으니!

여행이 체질인 여자의 인생은 참으로 롤러코스터다. 내 인생은 어찌하여 왜 잔잔하지 않을까.

에잇! 원래 인생은 롤러코스터. 싱싱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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