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
- 너어, 진짜 한국에 돌아오면 취직해!
빽하니 소리를 지르는 대한민국 중년의 어머니. 보아하니 또 딸이 혼자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난다고 통보를 한 모양이다.
- 나 담주 금요일에 중국 갈 거야. 한 달 동안.
딸은 작년에 실직한 대한민국 30대 여성. 제발 취직 좀 하라는 어머니의 무한 잔소리는 익숙하다 못해 지겹고 역시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어머니의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전혀 다독여주지 않는다.
그래, 내가 불효녀지 불효녀야. 천하의 불효녀. 근데 안정적인 일자리보단 혼자 훌쩍 배낭 메고 떠나는게 좋아. 한 자리에 머물기보단 이것저것 둘러보며 모험하고 또 글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조금 이상하고 조금 유별난 계집애가 나인걸 어떡해. 남다른 K-장녀의 모습에 뒷목 잡는 엄마를 뒤로하고 나는 그렇게 중국으로 갈 여정을 준비했다.
MBTI에서 P의 준비란 이렇다. 항공권을 끊는다. 숙소를 알아본다. 끝. 나머지는 그때 가서. 자고로 배낭여행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처럼 통제되지 않는 것으로 변수가 생기면 생기는 거다. 그러나 방향성과 마음가짐은 확고히 준비한다. 일요일엔 현지에 있는 교회를 가서 꼭 예배의 자리를 지키자. 짐은 가볍게, 계획에 집착하지 말 것. 너무 과한 정보에 집착하지 말고 내일 이후 계획, 먼 미래 계획은 최대한 세우지 않는다. 혼여행만큼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없으므로 책을 끼고 노트를 들며 스스로의 생각과 마음에 꼭 집중하자. 고급 숙소는 애초에 관심조차 없고 허름해도 운치있는 싱글룸이나 도미토리에서 묵으면서 예상치 못한 관계에 마음을 열어본다.
그동안 혼자 배낭 메고 간 외국은 베트남, 태국, 일본. 국내는 춘천, 통영, 부산, 순천, 여수, 목포, 제주도. 고로, 중국은 처음이다. 그냥 생짜 아예 처음이다. 그래서 더 신나고 기대된다. 자, 배낭 꽈악 메고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