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내고야 말 것이고, 해내고 있으며, 해냈다.

중국 (2)

by 이수하

- 당신 그거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처음 들어간 회사를 단 3개월만에 나왔을 때 팀장님한테 들은 말. 난 이제야 그 물음에 답할 수 있겠다.

- 할 수 있더라고요. 하고 있어요.

상처보다는 사뭇 마음에 남았고 당시엔 수긍했지만 어쩌면 그 말은 그럴듯하기만 한 말일지도 모른다. 당시엔 팀장님 말이 맞는 말 같았는데 지금 보니까 썩 그리. 생각보다 이 세상엔 가능성이란 것이 크고, 그리고 그건 숨겨져 있으며 그걸 차지하는 것은 대담히 그걸 캐는 이의 것이었다. 만약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면 글쎄, 난 여전히 내가 뭘 사랑하는지 조금도 몰랐을 거 같다. 나의 가능성을 영영 몰랐을 거 같다. 넓은 세상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조금씩 나와보니 알겠더라. 세상이 많이 변했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한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현실 버티기보다 도전을 더 편하게 택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 현실과 근성도 좋지만 도전과 부딪침으로 나다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지옥을 버티기보다 차라리 낭떠러지로 도망가서 떨어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낭떠러지로 떨어져봐야 나에게 나조차도 몰랐던 ‘날개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한비야의 책을 시작으로 나에게 귀감을 준 사람들이 있다. 베트남 달랏에서 만난 싱싱과 대구 아주머니. 싱싱은 아이 둘을 둔 한국 중년의 여성으로 직업이 있었으며 틈만 나면 대범하게 훌쩍 배낭여행을 떠나 노년의 어머니에게 자주 구박을 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싱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싱싱은 인도 바라나시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프로배낭러의 향이 물씬 났다. 이 여성이 얼마나 용감한 여성인가 하면, 아이 둘 어릴 적에 아이들 손을 잡고 인도 여행을 갔다고. 대구 아주머니는 달랏에 혼자 한달살기를 하러 왔다고 했다. 지금까지 인생을 버텨온 자기 자신에 대한 선물이라고 했다. 공항에서까지 남편은 기가 차했지만 꿋꿋하게 날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그냥 평범한 한국 아주머니라고 하기엔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달랏에서 느낀점을 얘기할 때 그녀의 총명하게 빛나는 눈빛을 잊지 못할 것이다. 물론 싱싱의 남다른 에너지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남다른 모험심과 용기를 삶으로 보여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남다른 말하기로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야무지게 스파이시 치킨을 먹고 있는데 내 귀에 꽂힌 말. 잘못을 인정할 줄을 알아야 해. 부드러운 말로 앞에 앉은 아들을 타이르는 엄마. 엄마는 옆에 앉은 딸에겐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장녀는 살림밑천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딸은 지금 있는 그대로 너무 귀해. 나도 저런 엄마가 되어야지. 현명한 말, 지혜로운 말을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그런 엄마.

호텔이 갑작스레 문을 닫고 동료와 함께 불안한 마음을 내놓으며 얘기하는데 루나 팀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었다. 여러분, 그동안 잘 해내왔잖아요. 팀장님은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얘기가 마음에 용기로 와닿았다. 해내고야 말 것이고, 해내고 있다. 지금까지 해내온 시간들을 잘 건너왔으니.


리장고성 안에 숙소. 운이 좋게도 뷰가 좋은 방에 걸려서 아침마다 햇살 듬뿍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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