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
숙소는 리장고성 안에 있었다. 리장고성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재로 제법 규모가 크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경주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대륙은 대륙인지라 스케일이 몹시 크다. 고성 안으로는 차가 들어오지 못한다. 사전에 그런 사실을 몰라서 숙소를 찾을 때 몹시 당황스러웠다. 택시가 내려준 곳은 숙소와 떨어진 곳이었는데 처음엔 당연히 숙소 앞에 내려줄 거라고 생각해서 엄청 당황했다. 그냥 휑하니 가려고 하는 기사님을 붙잡고 숙소에 어떻게 가냐고 물어봤는데 다행히 숙소 호스트가 택시 내린 곳까지 데리러 와서 무사히 체크인했다. 리장고성은 메인 스트리트를 제외하면 구불구불 좁은 길들, 특히 경사지고 좁은 돌길들이 많은데 호스트를 따라 숙소에 가면서 가파르게 경사진 좁은 돌길들을 제법 걸었다. 처음엔 구불구불 좁은 돌길들이 멘붕이었으나 나중엔 그만의 운치와 매력에 푹 빠졌다.
이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돌길들을 걷다가 보면 몸보다 큰 짐들을 멘 짐꾼들을 많이 보게 된다. 안에 차가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트럭을 대신하는 것이다. 고성 안에 차가 없어서 좋아했는데 짐꾼들의 노고를 보니 마음이 썩 그리 좋진 않았다. 남자 짐꾼이고 여자 짐꾼이고 자기 몸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짐을 지게에 이고 헉헉 거리며 다니기 때문이다.
또 리장고성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화려하게 분장하고 소수민족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중국 현지인들을 정말 많이 보게 된다. 소수민족 의상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부분, 아니 백프로 중국인들이다. 리장고성에 와서 스냅사진을 찍는 것이 그들 사이에 유행인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복궁 앞에서 예쁘고 고운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
리장고성에 있으면서 한국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 영어도 거의 통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번역기가 있기에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데이터였다. 중국에선 구글,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등 사용이 불가하다. 중국 현지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위 사이트들은 가차없이 접근이 안 되기에 이심을 사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와이파이를 쓰기에 데이터가 얼마나 나가는지 몰랐는데 중국에서 데이터만 푹푹 쓰니 아직 한창 더 데이터를 써야 하는데 데이터가 금방 동이 난 것이었다. 이런, 하루 1기가로는 절대 안 되는구나. 추후에 데이터를 추가로 사서 쓰긴 했지만 초반엔 이 1기가 앞에 마음이 쫄렸다. 쫄리고 쫄리는 마음으로 계속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줄어들수록 내 마음의 여유도 줄어들었다. 마침내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면 절망했다. 아아. 내 데이터여! 나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이여! 이런 것들이 끊어지는 생활은 결코 생각해보지 못했기에 절망감이 컸다. 이들은 나에게 거의 의식주였다. 데이터가 끊기면서 심심하고 적적한 것을 넘어서서 금단현상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놀랐다. 내가 정말 데이터 중독자구나. 내가 여기에 내 마음을 많이 의지하고 시간을 쏟는구나. 그러나 하루 정도 데이터를 금식하니 그 다음부턴 그런 것들이 갑자기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카카오톡도 흥미가 뚝 떨어졌다. 내가 왜 나의 귀중한 시간을 여기에 허비하나. 차라리 이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 더 나아보였다.
안녕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중국에서 경험한 ‘데이터 금단현상’을 계기로 그렇게 난 데이터 절식을 결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