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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영역은 어디까지 입니까?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고

by 김막스 Feb 02. 2025

만약 당신이 2차대전 중 독일의 한 가정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면? 게다가 그 집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의 집이라면? 그 집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할까?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가 관객에게 초대장을 내민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에서 수용소장 루돌프와 아내 헤트비히가 다섯 자녀와 함께 산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너무나도 다른 환경이 펼쳐진다. 그럴듯한 정원에 만개한 꽃들과 아이들이 웃으며 뛰노는 수영장. 담장 너머엔 수용소 소각장 굴뚝과 유대인 수송 기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보인다. 영화 속 아우슈비츠의 사람들은 이렇게 두 영역(zone) 속에 산다.


뿐만 아니다. 같은 집안에서도 서로 다른 영역이 존재한다. 집안일을 돕는 유대인들, 검은 애완견,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 심지어 부부인 루돌프와 헤트비히도 같은 시공간 속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해있다.


잠들기 전, 나란히 놓인 싱글 침대에 누운 루돌프와 아내. 이탈리아 휴향지를 추억하는 아내와의 대화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루돌프. 그의 머리 속은 직장에서의 일과 관계로 꽉 차있다.


남편의 타 지역 발령 소식을 들은 아내. 자신이 직접 정성들여 가꾼 정원이 있는 지금 집에 아이들과 남겠다고 선언한다. 자신들의 영역이 침해받지 않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아빠가 떠난다는 소식에도 시큰둥하다.


떠나는 루돌프의 아쉬운 마음은 키우는 말만이 공감해준다. 이 말이야 말로 집에서 유일하게 루돌프의 영역 안에 있는 존재일까. 헤어짐 때문에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새로운 발령지에 잘 적응한 루돌프. 사무실에서 늦은 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여기다. 계단을 내려가며 홀로 퇴근하는 루돌프를 보여주다가, 갑자기 2차대전이 모두 끝난 현재를 영화는 보여준다. 나치의 실상을 알리는 박물관. 개장전 부지런히 쓸고 닦고 청소하는 청소부들. 그리고 다시 어둠 속 계단을 내려가는 루돌프를 비추며 영화는 끝난다.


흔히 사람은 시공간(time and space)에 속박된 존재라 한다. 본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은 이해관계와 관심의 영역(zone of Interest)에 구속됐다고 말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영역은 어디까지 입니까? 그 영역을 초월하여 영역 밖의 사람들과 얼마나 공감할 수 있습니까?"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부터 악의 평범성을 보았다. 심리적 안전지대(comfort zone)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며, 그 안에서만 살아가는 우리도 아이히만과 비슷하진 않을지. 영화는 그렇게 관객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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