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짱 여행 1
1. 인생 칠십 고래희
“인생 칠십 고래희 人生七十古來稀”
그까짓 인생 길어야 칠십인데
술빚 좀 있는 게 뭔 대수냐며
곡강변 曲江邊에서 마흔여섯에 읊조린 두보 杜甫의 이 시 詩는
어수선한 세상 속에 절망적인 심정을 표현한 신세한탄 身世恨歎으로
쉰여덟에 세상을 뜨지만
좌충우돌 左衝右突 살아온 내 칠십은
아내와 아들 내외, 손녀와 손자 손을 잡고
냐쨩에서 일주일간 먹고 놀면서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며
소중한 추억 追憶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 서로 포개어보자는 거다.
2. 호사다마 好事多魔
괌, 다낭에 이어 세 번째 가족여행이니
서로의 간극 間隙은
자연스러운 핏줄의 연 緣으로 메꾸어져
이심전심 以心傳心의 마음으로
즐거운 여행이 되리라는 기대감으로 인천공항으로 출발한다.
렌터카로 제1공항에 여유롭게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는 중에
갑자기 주원이가 눈에서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전부들 넋이 나간 채
유주에게 짐꾸러미를 지키라는 말도 잊은 채
저마다의 감 感으로 주변을 정신없이 훑어보기 시작했다
공항방송에서 주원이를 찾는 안내방송이 들리면서 기다린 초조 焦燥의 시간들… …
유유자적 悠悠自適 콧노래 부르며
신기한 세상과 인사를 나누는 듯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며
혼비백산 魂飛魄散한 가족들은 잊은 채
뒤뚱뒤뚱 다니는 손자의 모습을 먼저 발견한 사람은 역시 예상대로 할머니의 눈이 빨랐다.
여행을 떠나면서 들뜬 흥분이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며
호사다마 好事多魔라고
단디 하라는 경고장 警告狀 한 장을 미리 받았다
3. 백주 白酒의 백미 白眉 수정방 水井坊의 추억
면세점을 지나면서 눈길이 유독 가는 곳은
술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다양한 고급 양주의 가격을 보는 재미도 솔솔 하고
그동안 길들여진 술의 맛을 생각하며
시간을 잠시 보내는 여유는
술꾼만이 가지는 특권이리라.
구경만 하자고 설렁거리는데
아들이 내 곁에 와서 뭘 찾는지 물어
수정방 水井坊 코너가 안 보인다 했더니
판매 안내원에게 확인하여 안내한다.
55퍼센트의 가격할인이 충동구매로 이어졌다기보다는
오랜만에 아들과 한 잔의 깊은 정을 나눌까의 생각이 통했는지
여행지에서 마시자며 아들이 결재를 한다.
이상하리만큼 이 술에 애착 愛着을 갖는 것은
좋은 사람들과 만남의 선한 기억이 머리를 맴돌고
한 잔 한 잔을 음미 吟味하다 보면
뒤끝이 맑아 이슬방울이 송송 하늘로 쭈빗쭈빗 솟는 느낌을
냐짱에서도 경험한다 생각하니
마냥 즐거워진다.
4.THE ARENA
아들 내외와 여행을 하면서 늘 느낀 점은
절약이 몸에 배어 있어
단디 하라는 염려 念慮가 없다는 점이다
얼마나 알뜰한지 환전과 여행일정을 꼼꼼하게 정리하여 간섭 干涉의 여지가 없고
귀만 열어놓으면 오늘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걷기만 하면 된다.
4시간 30분 만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 아레나 리조트는
긴 해변을 조망권으로 새벽부터 바닷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니
바삐 움직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왔다는 편안함을 알리는 새벽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