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바라본 나의 숨

마시고, 내쉬고, 흐르는 나의 호흡

by 사트야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내 마음 안에서 싸우는 소리다.


1년간의 휴직이 끝나고, 복직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회사로 돌아가는 일은 지금껏 내가 걸어온 삶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휴직서를 냈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건 예정된 일이었다.


수많은 내면의 목소리가 말했다.

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지, 그 선택이 왜 옳은지.

모두가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애쓰며 열심히 살아온 내 삶, 나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처음 듣는 목소리 하나가 조심스럽게 발언권을 얻었다.

낯선 땅, 미국에서 보낸 육아휴직의 시간이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용기를 그에게 선물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길을 가보는 건 어때?

회사는 다닐 만큼 다녔잖아.

한 번뿐인 인생, 조금 다르게 살아보면 어떨까?”


수적으로는 턱없이 열세였다.

나는 곧장 반박했다.

“그건 옳지 않아. 후회할지도 몰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야. 일단은 회사로 돌아가야 해.”


나는 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할 때도

늘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던 사람이었다.

똑같은 형식,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되면

다른 가능성을 찾기 위해 밤늦도록 단어 하나를 붙잡고 씨름했다.


하지만 이번엔 ‘일 안의 새로움’이 아니었다.

삶 전체의 변화를 뜻했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모두 내려놓는 일처럼 느껴졌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사로잡힌 나에게

도피처가 되어 준 공간이 있었다.

바로 요가 매트 위, 나만의 작은 세계였다.




나는 요가를 처음 만난 그날을 기억한다.

평소 다니던 헬스클럽에서 주말 요가 특강이 열렸다.

동작도 시선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서툴렀던 나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호흡을 꼭 챙겨가세요.

한 호흡에 한 동작씩.

셋, 둘, 하나.


오른 다리를 높이 들어 양손 사이로 사뿐히 가져옵니다

반대쪽 다리도 들고 오세요.


들숨에 무게 중심을 앞으로 이동하며 턱과 가슴을 쭉 밀어냅니다

— 아르다 우타나아사나(Ardha Uttanasana).

내쉬는 숨에 이마와 정강이를 가까이

— 우타나아사나(Uttanasana).

천천히 롤업 하며 머리 위로 두 손 합장. 시선은 손끝을 바라봅니다

— 우르드바 하스타아사나(Urdhva Hastasana).

그리고 다시, 내쉬는 숨

— 타다아사나(Tadasana).


바르게 선 자세(타다아사나)는 겉보기엔 그저 멈춘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은 호흡으로 몸 전체를 땅에 단단히 뿌리내리며,

하늘을 향해 길게 뻗는 움직임이 내면에서 일어난다.


움직임과 호흡이 하나로 연결되며

복잡했던 생각들, 산만한 감정들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빈야사 요가를 ‘움직이는 명상’이라 부른다.


빈야사(Vinyasa) — ‘흐름’, ‘연결’이라는 뜻.

한 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 마치 물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

그 모든 연결은 호흡 위에서 이루어진다.


굳고 아팠던 어깨 위에 매달려 있던 수많은 생각 주머니들이

어느 순간, 조용히 매트 밖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내 몸은 더 이상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었다.

206개의 뼈와 400개가 넘는 근육이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는

살아 있는 생명체임을, 나는 온몸으로 알아차리고 있었다.


어깨가 한 뼘 더 열리고,

내 손끝이 조금 더 내 뒷면을 향해 뻗어갈 때,

나는 내 안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음을 느꼈다.




과거는 어제에 두고, 오늘을 살고 싶은데,

어느 날부터인가 현재와 묶인 과거의 매듭이 잘 풀리지 않았다.

무거운 어깨를 메고 퇴근하던 수많은 저녁들.


억울한 일도, 누가 상처를 준 것도 아닌데

이성이 아닌, 감정의 소리가 다가오면

이유 모를 눈물이 먼저 마중을 하고,

하루의 끝엔 늘 무거운 통증이 남았다.

몸의 불편함을 마음도 느끼고 있었던 걸까.


‘오늘도 열심히 살았어.’

‘최선을 다했어.’

나를 위로해보려 했지만

정작 내 몸은, 그 간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나를

오래전부터 미워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짧은 호흡, 굳은 어깨, 무게만 가득한 하루.

나는 그 속에서 그저 버티고만 있었다.




복부와 흉곽은 납작하게.

어깨의 긴장은 내려놓아 봅니다.

셋, 둘, 하나.


내쉬는 숨에 무릎을 펴고

이마를 정강이 쪽으로 가져옵니다.

정수리는 발등을 향해 떨어지듯이.


들숨에 고개를 들어

척추를 길게 뽑아 올립니다.


이제 바닥 짚고

하이 플랭크(High Plank).


복압을 단단히 잡고

다섯 카운트.

셋, 둘, 하나.


윗등을 더 채우고,

제 손바닥을 더 밀어 보세요.

조금 더, 거기까지 와야 해요.


그 순간 깨달았다.

“오! 나 지금 숨을 쉬고 있는 건가! ”

마시고, 내쉬고, 흐르는 나의 호흡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움직이고 있는 나의 호흡,

마음의 동요를 멈추고 그 숨 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그 고요한 감정의 평온 속에, 오롯이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오래 미뤄두었던

‘나를 돌보는 숨’을

처음으로 의식하며 바라본 순간이었다.




(3화 예고)

저의 선택은 최선이었을까요?

그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숨을 배우는 시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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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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