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
개구부를 확보하며 상당한 하중을 압축응력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만든 곡선 형태의 구조물.
여행을 하거나 전시를 보거나 어딘가 가서 사진을 찍게 될 때 약간 강박적으로 찍는 구도가 있는데 사각형이나 아치 형태를 액자처럼 활용하게 되는 구도이다.
되도록 사람 피해서 찍다 보니 구도가 약간씩 삐뚤어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찍힌 사진들이 그 자체로 작품 같아 좋아한다.
이렇게 찍게 된 시작이 스페인 여행 때 알함브라궁전에서 우연히 찍은 이 사진들로 부터이다.
폰으로 건물창과 그 너머 풍경이 아름다워 찍었는데 그 자체로 하나의 액자 속 작품이 되었다.
아치는 왠지 약간 이국적인 느낌도 드는데, 요즘 전시 보러 가면 전시장 가벽을 아치로 종종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다른 방에서 아치 너머 작품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년에 호암미술관에서 한 <니콜라스 파티> 전시는 작품도 자체도 무척 좋았지만, 작품과 이어지는 공간 자체도 너무 좋았다.
동네라 편하게 들렀던 북서울미술관 <그림이라는 세계 : 이건희 컬렉션과 함께>는 그야말로 각 잡은 아치 천국이었다.
벽면에 사용한 페인트의 회사명과 넘버도 쓰여 있고. 요즘 전시를 보러 다니면, 전엔 전시 내용에서 시대별이라던지 화풍의 차이라든지 등등에 따른 공간 구분 정도로 벽 색감을 다르게 구성한 전시가 많았는데, 요즘엔 그 구분색도 정말 다양해지고 공간 구성 자체에서도 여러가지 다양함을 보인다.
물론 그 구성이 다 좋아보이지만은 않고…
되도록 사람들 겹치지 않게 찰나를 노리고 폰으로 급하게 찍는 나를 보며,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다 보니, 그의 영화의 강박적인 대칭과 특유의 프레임을 따라 해보고 싶은 건가 싶어 혼자 피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