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by 얕은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2025. 10. 16. 노원문화예술회관


한국의 근현대를 관통하며 치열하게 그 힘든 시기들을 겪어낸 작가들의 작품전시.

박수근, 변관식, 이응노,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등 12인의 작품 58점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회화 스타일의 변관식의 산수화, 이상범의 수묵화, 채용신의 비단에 그린 인물화, 향토적인 정서를 단순하게 현대적으로 표현한 박수근, 장욱진, 이중섭의 작품.

그리고 서양화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천경자, 오지호의 작품과 동양의 회화관과 서양의 현대미술을 접목시킨 이응노.

선구적인 미디어작업이었던 박래현의 판화 작품까지 근현대 우리나라 회화의 큰 틀을 즐길 수 있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조각(조소) 권진규의 테라코타 작품도 볼 수 있다.


변관식
김은호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박래현 < 새벽 >


워낙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라 전체적인 전시 소개보다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을 몇 점 소개하려 한다.

이번 전시 작품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박래현의 < 새벽 > 이었다.

판화 작품으로 작가는 남편 김기창화백의 귀이자 입이었고 아침부터 일어나 살림하고 먹거리 준비하고 그런 아내이고 어머니였다.

그림 그릴 시간이 없어 한탄도 하던 그가 1960년대 후반 홀로 미국 뉴욕 프랫 그래픽 아트센터에서 공부하고 밥 블래번 판화연구소에서 판화 작업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판화에 한국화의 재료와 기법을 융합해서 표현한다.


아직 많이 어둑한 하늘에 둥글게 몽글몽글하게 가득 채운 에너지, 마치 알처럼 안에 어떤 걸 담고 있을 지 모를 그 타원형의 원들은 선과 악의 구분없이 하나 하나 각각의 큰 에너지로 아침을 기다리는 듯 하다. 여성화가로써 시대적인 한계에 눌리며 쌓인 그의 응축된 에너지가 표현된 듯한 작품이다.




이응노 < 군상 > ( 134 x 273 cm )


바로 앞 전시였던 < 뉴욕의 거장들 >전시 잭슨 폴록의 3m에 달하는 작품이 있던 위치에 이응노의 < 군상 >이 있다.

험한 시절 동백리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후 파리로 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작가가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 그린 그림이다.


화선지 위에 먹으로 빠르게 그려진 인간들의 군상.

수많은 사람들의 그 엄청난 움직임이 한 켠에선 아리고, 아름답고.

춤을 추는 듯 하며 같이 하자 부르는 몸짓들.

작가가 본인의 아픈 시대를, 보는 이 각자의 시대에 맞춰 느끼며 공감할 수 있게 우아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박수근 < 동화 원화 >


너무나도 익숙한 박수근의 이번 전시 작품 중 직접 작가가 삽화를 그리고 아내가 글을 써서 만든 그림책이 가장 인상 깊었다.

형편이 어려워 자녀들에게 책을 사 줄 수 없어 부부가 직접 만든 그림책은 ‘아버지를 찾는 유리 소년(주몽)’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평강공주와 바보온달’로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하나 뿐인 책으로 만들어 자녀들에게 준 책이다.


찡했다. 허투루 그리지 않은 하나하나의 그림과 줄을 맞춰 진짜 동화책 같은 말투로 써 내려간 글을 보며, 평소 작가의 투박한 듯 내심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이 겹쳐져 정말 인상 깊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