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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비싼 섬, 하와이 물가 이야기

하와이의 팁 문화의 현실

by 조이

하와이 물가가 비싸다는 이야기는 이미 다녀온 동료에게 들었다. 막상 와보니 체감은 훨씬 더 컸다. 단순히 달러 환율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국의 팁 문화가 가격을 더욱 높게 느끼게 만들었다. 예전처럼 10%는 이제 거의 없고, 최저 15%, 보통은 18~20%, 심지어 25%까지 버튼에 준비되어 있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요금은 3달러. 택시는 30달러였다. 둘이서 6달러와 30달러, 다섯 배 차이라 버스를 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시아나가 내리는 터미널 근처에서 출발하는 버스들은 캐리어를 든 승객을 태워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유도 모른 채 와이키키행 버스 세 대를 그냥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결국 공항에 도착한 지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다행히 한인 택시였다.

치안이 좋지 않은 버스정류장

운전기사님은 “여기에 한국 사람이 서 있는 게 참 낯설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택시를 기다리던 곳은 현지에서 범죄로 악명 높은 다리 밑이었단다. 긴장이 풀리자 그제야 안도감이 밀려왔다.

기사님은 하와이 2세, 미국 시민권을 가진 분이었다. 자연스레 화제는 팁 문화로 이어졌다. 그는 “팁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인데, 비율로 강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테이크아웃 음식은 팁을 꼭 줄 필요가 없으며, ‘No tip’ 옵션도 당연히 가능하다고 알려주셨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하와이는 세계적인 관광지이고, 서비스업 종사자가 전체 경제를 떠받친다. 임금 체계 자체가 ‘팁을 전제로 한 생활’을 가정하고 있고, 높은 물가와 생활비가 겹치며 관행적으로 팁 수준이 더 올라갔다. 결국 여행자는 어쩔 수 없이 지갑을 더 열 수밖에 없다.

하와이의 물가와 팁 문화는 처음엔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계산서에 이미 붙은 세금에 더해 18~20%의 팁 버튼을 눌러야 하니, 단순히 ‘관광지라서 비싸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이해가 된다.

하와이는 미국 본토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섬이다. 모든 생필품과 식재료의 상당 부분이 수입에 의존한다. 게다가 관광업이 경제의 핵심이라,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임금 구조가 ‘팁을 포함해야 생활이 가능한’ 방식으로 굳어져 있다. 그러니 팁은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생계를 지탱하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한다.

여행자가 할 수 있는 태도는, 억울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누리고 있는 경험과 서비스에 대한 기여’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최소한으로 주면 되고, 만족했다면 기꺼이 더 얹어주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결국 비싼 물가와 팁은 하와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지탱하는 비용이다. 바다와 문화, 사람들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그들의 방식에 잠시 몸을 맞추는 것도 여행자의 예의일지 모른다.

택시에서 마주한 반얀트리


그럼에도 하와이의 높은 물가가 부담스러웠던 우리는 테이크아웃으로 많은 끼니를 해결했다.

Whole Foods Market에서는 hot bar가 있어 다양한 샐러드와 고기류들을 무게 단위로 구입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다이아몬드헤드 근처에 토요일에만 여는 KCC Farmers’ Market도 있는데 축제 분위기 나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 구경하면서 먹기에도 쏠쏠하다.

높은 물가로 많은 사람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하기도 하고 테이크아웃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마트나 마켓에서 식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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