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역몽 12화

숨바꼭질

진짜 술래는 내 주변에 있었다.

by 슬기롭군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아직!!!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아....... 지익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지? 찾는다?

...

휴대폰이 없던 시절

너도 나도 약속한 듯 동네 공원놀이터에 모인 아이들

얼음땡, 탈출, 경찰과 도둑, 땅따먹기를 하며 새로운 게임이 질릴 때는 각자가 하고픈 게임을 하자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을 잊어버린 듯.

해가 저무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던 그 시절.

항상 마지막 놀이는 숨바꼭질이다.

공원 중앙에 있는 분수대에서 술래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60초를 새린다.

아이들은 분수대로부터 아니, 술래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찾는다.

찾는다고 말을 했는데도 대답이 없으면 움직여야 한다.

다들 어디에 숨어있을까?

이곳저곳 돌아다녀본다.

공공화장실, 풀숲, 미끄럼틀 안, 공원의 외곽까지..

근데 보이질 않는다. 다들 어디에 있는 걸까?

얘들아 어디에 있는 거니? 못 찾겠다. 나와라

아무리 찾아도 없다면 외쳐야 한다.

못 찾겠다 꾀꼬리.

그렇게 숨바꼭질을 하다 보면 누군가가 아이들을 찾는다.

술래는 아니다. 그저 아이들이 있어야 할 위치로 데리고 가는 자들이다.

다 떠났다.

혼자가 되었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른 채 방황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둠이 어둠을 삼켜 주변의 색은 더 짙어진다.

그러다 듣고 싶지 않을 소리가 들린다.

나를 찾는 소리다.

, 술래가 바뀌었구나. 어서 숨어야겠다.

새로운 숨바꼭질 시작이다.

잡히면 진다. 술래가 나를 못 찾게 숨어야겠다.

술래로부터 잡히지 않으면 성공이다.

절대 찾지 못할 나만이 웅크리고 숨어 있을 수 있는 풀숲사이의 공간에서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숨죽여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이곳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술래는 술래의 집으로 돌아간다.

술래가 저 멀리 돌아가는 것을 보면

술래보다 먼저 술래의 집으로 뛰어가야 한다.

나는 왜 술래의 집으로 뛰어가려 한 것일까.

그곳이 나를 이끄는 방향이라 생각이 들어 그런 것일까.

아님, 어서 가라고, 이쪽이 지름길이라고 외치는 구간 구간마다 서있는 가로등들이 자신의 머리를 숙인 채 내가 가야 할 길을 아련한 주황색의 빛으로 비춰주기에 그런 것일까.

에라 모르겠다. 복잡한 생각들을 뒤로한 채 가로등이 안내한 골목 골목길을 쉬지 않고 뛰다 보면 술래보다 먼저

술래의 집에 도착한다.

그런데 술래의 집 앞에 누군가 지키고 있다.

술래인가? 자세히 바라보니 술래인척 하는 사람이다.

난 그 사람이 술래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못 찾겠다 꾀꼬리.

나를 기다렸을 술래인척 하는 사람이 술래의 집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시간이 흘러 진짜 술래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올 때, 술래인척 하는 사람에게 잡힌 나를 보고

별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매일이 숨바꼭질이었던 그 시절.

하루의 마지막은 숨바꼭질이었던 그때.

매번 술래로부터 지켜주던 술래인척 하는 사람.

알고 보면 그 사람은 나만의 술래.

어떤 것이든 막아주는 나의 버팀목.

내가 왜 술래의 집으로 되돌아오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다.

술래인척 하는 그 사람이 있는 장소가 내가 있어야 할 위치이기 때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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