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 즐겁지 않은 사람이다.
불만은 많고, 좋은 건 그다지 좋지 않고, 싫은 건 와장창 싫은 그런 사람.
그야말로 '이렇게 되고야 말았습니다.'의 '이렇게'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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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냥 한 번쯤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이 주제로 상담을 시작했다.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없고, 그냥 해보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고 수 회의 상담을 거친 지금,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당신들에게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수년에 걸쳐 눈앞에서 싹 치워버려, 이제는 뭐 본인들 집에서 쉬고 있겠거니 하곤 안심하고 살고 있었는데, 치워진 게 아니라 그저 내 등 뒤로 이사 갔을 뿐이었다.
당신들은 여전히 거기에서 감 놔라, 배 놔라. 아직 멀었다, 그거밖에 안되냐를 아주 한쪽 귀씩 맡아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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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부모님은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나 자신은 용서해야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았다.
그때는 뭐... 그렇죠..? 하고 넘겼던 큰 감흥 없던 문장이었는데 그 말이 이제야 와닿는다.
나는 나를 조금 놓아줘도 될 것 같다.
좋은 것은 좋다 이야기해도, 칭찬을 받으면 수용하고 감사해도 될 것 같다.
왜냐면 오늘부로 등에 업힌 그 둘은 엎어쳐버릴 거니까.
바닥이 좀 단단할 텐데 괜찮으시죠?
안 괜찮아도 어쩌겠습니까. 상황이 이리된 것을.
살펴 가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