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봄버맨>과 막다른 길

by 옆집 사람

어릴 적, 학교 뒤 문방구에서 하던 백 원짜리 게임 중 <네오 봄버맨>이라는 것이 있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모티브가 된, 물풍선 대신 살벌하게 폭탄으로 싸우는 게임.


문득 생각이나 다시 한번 해보았던 <네오 봄버맨>은 기대보다 그다지 짜릿하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이미 그 게임은 즐기기엔 너무 구석구석 바삭바삭히 눈에 익어 있어서.


가령, 이번 라운드에서 먹은 아이템은 다시는 나오지 않으니 지금부터는 죽으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던지, 지금 먹은 탈것은 그다지 쓸모가 없으니 다른 것으로 얼른 바꾸어야 한다던지 등등을.


그러다 보니 눈앞에 있는 즐거움은 도무지 보이지를 않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지속되어 오락 대신 노동을 하는 듯했다. 나는 결국 3 스테이지 중간에서 게임을 꺼버렸다.


'아는 것이 힘이요, 경험이 깡패다'라고들 한다지만, 살아보니 '모르는 게 상책이고 약이다'가 어찌 더 맞는 듯싶다.


저 앞이 막다른 길임을 모르고 있었다면 신이 나서 왈왈 달려가 봤을 텐데, 이미 막달랐다는 것을 알아버려 나는 오늘도 느릿느릿 세월아 네월아 걷는다.

keyword
이전 20화낫씽, 노 웨어, 이치 씽즈 앳 이치 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