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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겸손

by 김민

퍼즐을 보면 갈 길이 보였다.

미로에 서면 갈 방향이 보였다.

서슴없이 이리저리 옮기고

볼 것 없이 이쪽저쪽으로 걸었다.

마침내 손을 털면

옆자리 훈수 두기에 바빴다.

이쪽저쪽 목이 쉬도록 소리치기에 바빴다.

하지만, 퍼즐 판이라야 손바닥 크기만 한 걸

밥상머리만 하지도 않은 걸 몰랐다.

세상은 수십억 개의 밥상이

무던히도 열심히 차려지는데.

미로라야 집 앞마당보다 작은 걸 몰랐다.

평생 가보지도 못할 땅덩어리가

아직도 까마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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