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사랑하는 서울이지만
그중에서도 꽤 애정하는 종로, 정확히는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서울영화센터'라는 영화관을 찾았다.
새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분간 무료상영 이벤트 중이다.
가능한 시간, 날짜에 영화를 예매해 뒀다.
예매할 때 '무료 상영 쿠폰'이 딱 2매 뜨길래 인당 두 번의 기회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 번에 2매까지 가능한 거였고
5월까지 무한증식 쿠폰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단 두 번의 기회를 신중하게 선택하고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진작 알아볼걸.
어쨌든 반가운 소식에 부랴부랴 남은 자리를 예매했다.
기분이 좋다.
그렇게 을지로에 왔다.
첫 영화관, 첫 카페. 뭐든 처음은 설레는 법이다.
그런 설렘을 안고 오늘도 카페사냥을 나선다.
을지로는 누가 봐도 카페 같지 않지만 카페인 곳이 많아서
시야를 상하, 좌우 널찍하게 확장해야 여러 매장을 찾아낼 수 있다.
고개를 이리저리 휘저어가며 찾은 어느 작은 2층 카페.
숨어있는 분좋카를 찾아다니며 책 읽고 시간 보내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오늘도 흥미 가득한 마음으로 층이 높은 투박한 계단을 등반하여 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손님들이 차 있었고 그나마 책 읽기 가장 적합한 자리를 잡아 주문한 얼그레이티를 한 모금한다.
어.
뭐지.
불편하다.
내가 이렇게 따지는 사람이었나? 어디든 다 좋아하지 않았던가?
'여긴 음악이 아쉽다.'
'소음이 신경 쓰이네.'
'책 읽기 좋은 조명은 아니다. 채광이 있는 자리가 좋은데..'
여러 부정적인 평가들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다.
다른 곳을 찾아볼까...( 시간도 많은데. )
싶었으나 며칠 고생한 코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다.
카페사냥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거지 하며 다시 따뜻한 차를 목구멍으로 차분히 넘긴다.
나도 '취향'이란 게 생긴 걸까.
딱 이거야!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경험들이 쌓이면서 호불호가 조금씩 적립되는 기분이다.
으윽... 커피를 내리는 건지 싱크대 수리를 하는 건지 요란하고 신경질 나는 소음..
그렇지만 굳이 뒤돌아보지 않는다.
직접 말할 용기는 없고 소심하게 은근슬쩍 눈치 주는 것 같아 별로다.
'나는 이런 소음에도 강하고 무딘 의젓한 어-른'
상대와 마주할 용기가 없다면 내 안에서 평화를 찾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인 어 피스-,
안 좋게 말하면 자기 합리화, 정도겠지.
그렇게 오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 특징들을 깨달을 수 있었고
내면의 평화, 자기 합리화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한층 성장한 어른이 되었다고 뿌듯해하는 28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