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여는 건 쉽다. 구글창에 바로가기해놓은 '필름메이커스'를 누른다. 후 벌써 쉽지 않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자동 로그인해 둔 계정으로 들어가 커서를 ‘배우 모집’에 올려놓는 순간, 버겁다.
오늘도 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차오른다.
솔직히 말하면, 거기까지가 나의 최대치다. 지원 버튼을 누르는 건 너무나 어렵다.
오디션도 못 넣으면서 배우는 어떻게 할 거냐고?
... 내 말이 그 말이다. 나 뭐 하냐 정말.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처음 연기를 배울 때 나는 의욕으로 가득 찬 병아리였다. 숙제도 꼬박꼬박 하고, 오디션도 꾸준히 넣었다.
가진 게 없으니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었고, 그래서 뭐든 도전할 수 있었다.
같이 수업 듣던 언니오빠들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왜 언니, 오빠들은 저렇게 각자 좋은 조건을 가지고도 열심히 안 하지?"
피곤하다며 수업 빠지고, 오디션은 대충 건너뛰는 모습이 답답했다. 그땐 다짐했다.
“난 저러지 말아야지. 나는 굵고! 짧게! 빡! 성공할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건방진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 스물일곱.
나는 그때 그 언니, 오빠들의 나이가 되었고… 그들이 되어 있었다.
알바는 체력과 정신력을 갉아먹었고, 연기보다 생계가 우선이 되었다.
처음 다짐했던 ‘하고 싶은 것(배우)’과 ‘해야 할 것(살아가기)’의 균형은 어느새 뒤집혀 있었다.
하고 싶은 것 =?
해야 할 것 = 배우
오디션 지원은 두렵고,
연기 영상은 찍어는 보지만,
부족함이 뻔히 보이는 내 연기를 다시 보지 못한 채 앨범에 쌓여간다.
어차피 떨어질 거라 생각하니 썩 간절하지도 않다.
한번 꺼진 불씨가 다시 붙기가 참 어렵다.
이제는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나는 두렵다.
나는 불안하다.
나는 오디션 지원하는 게 힘들다.
나는 남들과 다르지 않다.
나는 그때의 언니, 오빠가 되었다.
가끔은 배우를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작년엔 알바를 늘리며 핑계를 댔고, 올해는 알바를 줄였지만 여전히 오디션은 넣지 못했다.
그래도 발버둥 치듯 단기 워크숍, 영화 분석, 학원 등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
놀랍게도, 다들 나와 같았다.
현생 때문에 오디션도, 연습도 잘 못한다는 사람.
혼자 준비하다 지쳐 함께하려고 왔다는 사람.
카메라 앞에만 서면 감정이 사라진다는 사람.
내 마음 = 너의 마음이었다.
남과 다르다고, 성공할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살았지만 결국 나는 같았다.
이제는 그걸 인정하려 한다.
오늘 이 글은, 내 부끄러운 치부를 스스로 직면하려고 쓴다.
그리고 다짐한다.
자, 오늘은 오디션 지원 메일까지 넣어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