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허허 호호 후후 흐흐 히히
브런치작가가 된 지 70일. 아니 벌써 70일?
런웨이가 떠오른다.
런웨이에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양식의 옷을 디자인하고 그 옷을 관객에게 선보이기 위한 디자이너의 꿈이 있다. 또한 디자이너가 옷을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꿈을 더욱 선명하게 돋보이도록 멋지게 워킹하는 모델의 꿈도 끌어안는다. 이때 디자이너와 모델은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중의 손을 맞잡을 때 런웨이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필연적인 관계이지 않을까? (패션계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므로 그저 나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브런치작가는 누구와 어떤 관계가 필요할까?
짧은 시간 속에 경험한 나에게 브런치작가란 자신이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고, 디자인한 옷을 입고 워킹하는 모델도 되어야 하는 것으로, 디자이너인 내가 모델인 나와의 긍정적 관계가 필요하다.
(단, 무지한 지금의 나로서는. 어느 화창한 날에는 가벼운 마음과 같이 하늘하늘한 옷을 입어보고, 또 어떤 우중충한 날에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거주창스럽지 않은 편한 옷을 입기도 하며, 순간순간 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자유롭게 입어도 괜찮다고 하련다)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패션계의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은 이미 초대받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지만, 브런치작가의 길은 내가 걸어갈 때 나를 바라봐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감사한 일이지만, 자신이 걸어갈 때 그 누구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하여도 담담히 묵묵하게 걸어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브런치작가의 길에 첫발자국을 내딛는 순간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따라가다 엄마 손을 놓친 아이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고,
몇 발자국 떼다 보니 내가 신은 신발로 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기도 하다가,
겨우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난 것 같아 마냥 신나 하다가 미처 보지 못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가시덤불이 앞을 가로막아 뒤돌아갈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을 만나기도 하고,
막상 걸어보니 꽃길 만은 아니다.
치장도 필요하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하지만 초보 브런치작가인 나는 어떤 것에 치중을 두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싶다.
사물과 사건에 대한 글은 사실대로, 사람과 사고(思考)에 대한 글은 진실되게.
진실한 태도로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작품이라 하기엔 너무나 먼 길이라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해 주고 싶다.
지금은 서투르고 보잘것없는 초라한 몇 줄의 글이지만, 햇빛을 받고 비도 맞고 때로는 거센 비바람과 맞서가며 자라는 나무처럼, 한 줄의 문장이 한 문단이 되고 또 그 한 문단이 한 글이 되기까지 나의 마음과 나의 생각과 나의 감정과 함께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나무에게 햇빛과 비와 비바람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간이 필요하듯,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꾸준함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가치 역시 작품처럼 내가 만들어 가는 것.
내가 나에게 힘찬 박수를 보낼 때 그 박수 소리 듣고 놀란 너도 나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내가 나에게 소리 높여 응원을 해 줄 때 그 응원 소리 듣고 너도 나에게 응원을 보내주고
이때 나 역시 너의 박수소리, 너의 응원소리에 귀기울이어 나도 너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고
이 세상!
이렇게 나와 너, 너와 나. 더불어 함께 사는 것.
이것이 살맛 나는 삶의 맛이지.
정말 놀라 '아니 벌써'라는 제목을 적다 보니,
산울림의 '아니 벌써' 노래가 생각나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웃음이 터졌다.
이 노래 발매일이 12월 15일. 내가 브런치작가가 된 것을 실제 알게 된 날이다.
나는 이런 우연의 일치가 너무 즐겁고 알 수 없는 소확행을 느낀다.
하하 허허 호호 후후 흐흐 히히
(사진 출처 : Jinipa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