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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임원 인사/정기 인사 시즌은 매 번 돌아온다

by SingleOn

연말이 되면 한국은 정기인사로 정신이 없어진다. 그리고 한두 달 전부터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매일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사람들과 소식을 주고받으며 퍼즐판을 맞춰 나간다.


원래도 남들 일에는 잘 관심이 없는 성격이었지만, 주재원으로 나오니 더더욱 그렇게 된다. 본사와 떨어졌다는 사실과 함께 내가 지금 여기서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없기도 하고, 일단 발령을 받았으니 꼼짝없이 몇 년을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마도 무심해지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팀장 연차가 차오르면서 주재원으로 2~3번의 연말을 지내다 보니 생각이 좀 많아졌다. 나랑 비슷한 연배의 승진 소식을 알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아, 여기 있으면서 나만 잊히고 뒤처지는 것 아니야? 복귀한다고 해서 내 자리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난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거지? 괜히 주재원으로 왔나? 오지 않겠다고 버티고, 본사에 남아 있었어야 했나? 아무리 무던한 척 하지만, 주변의 변화하는 환경들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니 사내 정치에 좀 더 민감하고, 승진을 갈급하고 있는 경우에는 어떨까.. 상상에 맡기고자 한다.

머리로는 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똑같이 노력을 하고, 나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은 데도 일이 잘 풀릴 때가 있고 때로는 이유 없이 좀 쭈글해 질 때도 있다.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해도 어떤 상사와는 궁합이 잘 맞아 최고 고과를 받지만, 또 어떤 상사와는 상극이라 병신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좀 못 나가고 일이 안된다고 우울해하거나 구겨져 있을 필요도 없고, 반대로 잘 나간다고 해서 으스대고 남을 무시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문제는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평안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도 한국에서는 임원 인사 발표가 났다. 축하와 탄식의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퇴근해서 밥을 지어 딸아이와 함께 먹고, 설거지 후에는 책을 폈다. 내일은 하루 세끼 무슨 밥을 해 먹을지와, 예정되어 있는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기 온 지 2년이 넘고 계속 공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영어는 왜 빨리 안 느는지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해 본다. 한국어로 회의하는 거였으면 이렇게 미리 준비할 필요도 없는데 씩씩 대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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