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 거기서 거기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지만, 그래도 생활하며 순간순간, ‘앗, 이건 이렇게 다르네’ 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집 안의 조명인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조명은 밤에도 그렇게 밝지가 않다. 다른 몇몇 집을 가봐도 그런 걸 보니 그냥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래 보인다.
한국에 살 때 우리 집은 무려 LED 조명이었다. 저녁에도 짱짱한 실내조명 덕분에 대낮같이 환함을 느끼며 생활했다. 근데 미국에 와서 해가 지고 조명을 켜니 침침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다. 한참은 더 높아져야 할 조도가 중간에서 딱 멈춘 느낌..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말하는 영어도 안 들려서 세상도 흐리멍덩해 죽겠는데 집에 들어와서도 시야가 흐리멍덩하니 눈과 귀가 다 막힌 느낌이 너무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길거리에 가로등도 부족해서 퇴근길을 무섭게 만들더니, 집에 들어와서도 어두침침하니까 내가 앞으로 헤쳐나갈 앞길이 더할 나위 없이 힘들게만 느껴지는 기분이다. 대체 얘네들은 왜 이렇게 집 안에서도 어둡게 하고 사는 거야, 밤에 어두워서 할 게 없어서 다들 애를 그렇게 많이 낳나,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는 사람은 대체 없는 거야?! 라며 혼자 또 머릿속으로 분노 회로를 돌려 본다.
그렇게 당최 적응이 될 것 같지 않던 어두운 조명도 한 두 달 생활을 해나가다 보니 신기하게 적응이 되어 갔다.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어두운 조명에서 오히려 포근함을 느낀다. 그래, 저녁이 되고 밤이 되면 어두운 게 맞지. 뭐 그리 밤에도 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혀 밝게 살려고 해. 라면서 여유도 느껴본다. 사람 마음이 어찌나 간사한지 이제 좀 적응할만하니까 어두운 조명은 집에 들어와서도 치열하게 뭘 하려고 하지 말고 좀 느긋해지라며, 좀 쉬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실제로 밝지 않은 조명은 그런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잠들기 직전까지 환한 형광등 빛에 있는 게 익숙했을 때는 몰랐는데.. 해가 지면 사람도 어두운 조도에 맞춰서 몸을 좀 누일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해가 뜨면 잠이 깨고, 해가 지면 잠이 드는 삶, 그 단순한 삶을 거슬러 살기 위해 그동안 참 많이도 아등바등 살았구나 하며 느닷없이 센치해진다.
그래도.. 가로등은 밝은 게 여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