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비용... 기회비용, 매몰비용
“아빠, 선택에도 대가가 있어?”
게임을 마친 아들이 갑자기 물었다. 아까 씻기 전에 나눴던 대화가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그 질문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를 깊이 끌어들였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이런 경제적 개념을 연결시키다니, 아이가 생각보다 많은 걸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럼, 당연히 있지. 선택을 할 때마다 뭔가를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뭔가를 포기하기도 하잖아.”
“포기한다?” 아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내가 지금 게임을 하느라 구몬을 안 한 것도 대가야?”
“맞아, 그게 바로 선택의 대가야. 구몬을 하지 않고 게임을 했으니까, 네가 포기한 건 구몬을 빨리 끝내고 더 여유롭게 금요일 저녁을 보내는 기회였겠지.”
이걸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라고 해.
아들은 약간 멍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근데 게임을 한 건 좋은 선택이었잖아? 그럼 기회비용은 꼭 아쉬운 건 아니네?”
이 말에 나는 잠시 멈춰 생각했다. 기회비용이 꼭 아쉬운 결과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가 그 부분을 스스로 깨닫기 시작한 게 신기했다.
“그렇지, 꼭 아쉬운 것만은 아니야. 네가 게임을 하면서 기분 좋게 즐겼다면, 그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 하지만 중요한 건 네가 포기한 것도 있다는 걸 아는 거야. 그걸 알면 다음번 선택을 할 때 더 잘 판단할 수 있으니까.”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잠시 멈춰서 생각을 정리했다.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마침 저녁 메뉴를 정하던 상황이 떠올랐다.
“우리 오늘 저녁에 치킨을 먹기로 했잖아. 그런데 만약 우리가 피자를 선택했다면, 치킨을 못 먹는 거야. 피자를 먹는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한 치킨이 바로 기회비용이야. 네가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야. 게임을 하는 동안 다른 걸 할 시간을 포기한 거지.”
“근데, 포기한 걸 아깝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돼? 그냥 안 하면 되는 거 아냐?”
아들의 질문에 나는 웃음이 났다.
“그게 바로 선택의 어려움이야. 포기한 게 아깝다고 해서 선택을 안 하는 건 불가능하거든. 선택하지 않는 것도 결국 하나의 선택이야. 네가 구몬을 미뤄도, 그것 역시 ‘구몬을 지금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거잖아.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하든 대가는 항상 따라와.”
아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 선택할 땐, 뭐가 더 중요한지 생각해 봐야겠네.”
아들과 대화하면서 생각했다. 조금 어렵지만 더 나아가서 ‘매몰비용’을 얘기해 볼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떠 보기로 했다.
“맞아. 그런데 선택의 대가를 생각할 때,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어. 이미 지불한 비용에 너무 매달리지 않는 거야.”
“이미 지불한 비용?”
“예를 들어, 네가 게임을 살려고 돈을 냈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가 없을 수도 있잖아. 그럴 때, 계속 그 게임을 붙잡고 있는 게 좋은 선택일까? 아! 네가 지난번 '냥코 대전쟁'이라는 게임을 할 때 아빠가 게임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줬잖아. 하지만 지금은 하지 않고 있지. 그런데 그 산 것이 아까워 지금도 게임을 하면 어떨까? 다른 재미있는 게임을 하지 않고 아까우니 계속해야 할까?”
“아니, 재미없으면 그냥 안 해야지!” 아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맞아, 그게 바로 ‘매몰비용’이라는 것이지. 이미 써버린 돈이나 시간이 아까워도, 그냥 잊어버리는 게 더 나은 경우야. 예를 들어, 재미없는 게임을 샀다고 생각해 봐. 돈이 아깝다고 억지로 계속하면 기분만 더 나빠지겠지? 차라리 그 게임은 그만두고 더 재미있는 걸 찾는 게 훨씬 좋은 선택이야. 이미 쓴 돈이나 시간은 돌려받을 수 없으니까, 앞으로 더 좋은 걸 고르는 게 중요해”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근데 가끔은 포기하는 게 진짜 어렵긴 해.
뭐가 더 나은 선택인지 잘 모르겠을 때도 많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땐 선택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해.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 보는 거지. 물론, 그것도 연습이 필요해. 그래서 경제를 배우는 거야. 경제는 바로 그런 선택을 돕는 학문이거든.”
아들은 내 설명을 들으며 뭔가를 곱씹는 듯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선택은 늘 대가가 따라와. 그리고 어떤 선택은 잘못될 수도 있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대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야. 선택의 대가를 알고 나면, 다음번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아빠는 지금까지 선택 중에 제일 잘한 게 뭐야?”
아들이 갑자기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잠시 멈췄다. 내가 한 선택들 중에 가장 잘한 건 뭘까? 동시에 가장 어려웠던 선택은 또 무엇일까?
“음… 네가 궁금해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잘한 선택은 바로 너를 만난 거야.”
아들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아빠. 그건 아빠가 선택한 게 아니잖아?”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너를 만난 건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야.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그건 선택이라고 할 수 없지.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 내가 한 선택 중에 제일 좋은 건… 음,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말을 돌리며, 다시금 선택이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그 모든 선택이 만들어낸 지금의 삶. 아들의 물음은 단순히 한 가지 답으로 끝나지 않는, 더 깊은 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잠깐 생각한 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부터는 너랑 같이 하나씩 생각해 볼까?”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날의 대화는 조금씩 다음 이야기를 향해 흘러갔다. 선택의 대가를 이해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 선택이 우리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