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선택의 경제학

놀이공원 갈까 말까, 비용과 편익

by 와니 아빠 지니
1.jpg

주말 아침, 아들이 들뜬 표정으로 다가왔다.


“아빠, 오늘 놀이공원 가면 안 돼?”


놀이공원이라니. 생각만으로도 한숨이 나왔다. 힘들게 뻔한 하루니...


물론 아들의 기대감도 이해는 갔다. 아들은 이미 상상 속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소리 지르고, 실컷 놀고 있을 모습에 기대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그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2.jpg


놀이공원? 머릿속에 떠오른 건 놀이공원 주차장으로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 입구를 향해 밀려드는 인파. 놀이기구 앞에 서서 꼼짝도 못하고 길게 늘어선 줄. 그리고 놀이기구 하나를 타기 위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간적 비용들이었다.


“놀이공원은 좋은데, 가려면 좀 힘들 수도 있겠는데?”


나는 슬쩍 말했다. 하지만 아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줄 서는 거 괜찮아! 그냥 가서 재미있게 놀면 되잖아!”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아들은 지금 내가 고민하는 모든 현실적인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그의 머릿속엔 단 하나의 목표만 있었다. 친구들처럼 신나게 놀고 싶다는 것.


하지만 나로선 계산이 멈추지 않았다. 놀이공원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는 나 자신이 떠올랐다. 주차장에서 자리를 찾기 위해 빙빙 돌고, 입구에서 표를 끊고, 그다음엔 사람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내 모습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게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느껴질 피로감. 월요일 아침,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을 준비해야 할 내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놀이공원 가려면 시간도 꽤 걸리고, 또 사람들이 많아서 기다려야 할 텐데, 괜찮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놀이기구가 재밌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


그 대답이 틀린 건 아니었다. 아들의 기대는 분명 놀이공원의 편익을 향해 있었다. 내가 느끼는 현실적인 피로와 시간적 비용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3.jpg


“음, 그럼 진짜로 놀이공원이 우리가 오늘 하루를 보내기에 제일 좋은 선택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얻을 즐거움도 크지만, 그 즐거움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도 있잖아.”


“포기해야 할 것도 있다고?”


아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야기는 조금씩 경제학의 본질로 향하고 있었다. 비용과 편익을 따져보는 일, 그리고 어떤 선택이 우리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지 고민하는 과정. 나는 아들과 함께 이 문제를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풀어보기로 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설명을 시작했다.


“편익은 우리가 놀이공원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즐거움 같은 거야. 네가 놀이기구를 타면서 신나는 기분, 솜사탕을 먹으며 웃는 순간들이 다 편익이 되는 거지. 그런데 이걸 얻으려면 반드시 비용이 들거든. 그 비용은 단순히 돈뿐만이 아니야. 우리가 그 즐거움을 위해 쓰는 시간, 기다리느라 느껴지는 지루함, 그리고 놀이공원을 다녀온 뒤의 피로감 같은 것도 비용이야.”


아들은 눈을 깜빡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놀이공원에 가면 신나긴 하지만, 그 대신 돈도 쓰고, 줄 서느라 힘들어지는 거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는 항상 편익과 비용이 따라와. 그래서 중요한 건 이 두 가지를 비교하는 거야. 놀이공원에서 정말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가는 게 맞아. 하지만 오늘처럼 날씨가 너무 더워서 놀이기구를 기다리느라 고생만 할 것 같다면, 그땐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물론 가을에는 날씨가 좋아서 편익이 더 클수도 있고...”


4.jpg


“그럼, 놀이공원에 가는 건 편익이 크면 가고, 비용이 크면 안 가는 거네?”


아들은 조금 정리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도 있지.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우리한테 그 편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는 거야.”


나는 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더 들어보았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에 가는 대신 오늘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피크닉을 즐긴다고 생각해 보자. 거기서도 충분히 재미있고 편익이 있을 수 있어. 게다가 돈도 덜 들고, 더위 속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지. 그러니까 단순히 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무조건 놀이공원을 포기한다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무엇이 더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지 따져보는 게 중요해.”


아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놀이공원을 꼭 안 가도 되는 거네. 대신 다른 재미있는 걸 찾으면 되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그리고 이렇게 비용과 편익을 따져보는 연습은 우리가 더 중요한 선택을 할 때도 아주 도움이 돼. 사실 경제학은 바로 이런 걸 배우는 학문이야. 우리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게 돕는 거지.”

아들과의 짧은 대화였지만, 그 속에는 선택의 본질이 담겨 있었다.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일은 단순히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을 어떻게 채워갈지를 고민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함께 배운 시간이었다.

keyword
이전 04화선택에도 대가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