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에서 배우는 효용과 한계
유도관에서 유도를 마친 아들을 차를 태워 오는 길이었다. 그날 날씨가 다웠고, 유도를 마친 아들은 덥고 피곤했던 것 같다.
“아빠, 우리 베스킨라빈스 가자.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아들은 더위를 아이스크림으로 달래고 싶었나보다.
“그래. 그러자.”
더위를 식힐 겸해서 나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먹을지 생각해 놔. 얼른 가자.”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들은 쇼케이스 앞에서 꼼짝을 안 했다. 엄마는 외계인? 쿠키앤크림? 아니면 새로 나온 맛? 아이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드디어 쿠키앤크림으로 결정했다.
“아빠는 뭐 먹을 거야?”
“음... 아빠는 민초단이 아니니까. 민트초코는 패스하고 쿠키앤크림이 끌리긴 하는데, 너랑 똑같은 걸 먹으면 심심하잖아. 난 엄마는 외계인으로 할까?”
주문을 마치고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아들은 아이스크림을 한 입 크게 떠먹고 환하게 웃었다.
“아빠, 쿠키앤크림 먹고 싶다며. 왜 엄마는 외계인을 골랐어?”
“너 쿠키앤크림 혼자 다 먹게 해주려고.”
“그럼 내 거 조금 줄까?”
“아니야, 이따 한 입 바꿔 먹자.”
그러면서 나도 엄마는 외계인 아이스크림을 한 입을 떠먹었다. 달달한 맛에 초코볼이 부서지며 맛이 좋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이스크림 하나 고르는 것도 경제학의 중요한 원리를 담고 있구나.
아들이 아이스크림을 바꿔 먹자고 말했다. 아마도 쿠키앤크림은 몇 번 먹었으니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용의 가치가 조금 떨어졌으리라...
아들은 한입 먹자마자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이거 진짜 맛있어!”
“그래? 그럼 몇 입 더 먹어봐. 계속 똑같이 맛있나.”
아들은 두 입, 세 입을 떠먹더니 약간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왜, 맛이 이상해졌어?”
“아니, 여전히 맛있긴 한데… 처음 먹을 때만큼 신나는 느낌은 아니야. 좀 달기도 하고...”
그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스크림을 두고 효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무언가를 소비할 때 느끼는 효용이라는 거야. 처음 아이스크림 한 입을 먹었을 땐 정말 최고로 좋았겠지. 그런데 계속 먹다 보면 만족감이 점점 줄어드는 걸 느낄 거야.”
효용이라는 단어는 낯설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우리가 무언가를 통해 느끼는 만족감을 뜻한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 "와, 맛있다!"라고 느낄 때 그 기분 좋은 감정이 바로 효용이다. 이건 꼭 먹는 것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새로운 장난감을 가질 때의 설렘, 재미있는 영화를 보며 웃을 때의 기쁨, 심지어는 덥다가 시원한 바람을 느낄 때의 상쾌함도 모두 효용이라고 볼 수 있다.
효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겐 달콤한 쿠키앤크림이 최고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상쾌한 민트초코가 좋을 수도 있고, ‘엄마는 외계인’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처럼 효용은 각자가 느끼는 행복과 만족을 숫자나 말로 표현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효용이 뭔지 이제 알겠지? 네가 첫 입 먹었을 때 느꼈던 행복이 바로 효용인 거야. 그리고 네가 지금 먹고 있는 이 입은 처음만큼 행복하지 않으니까, 효용이 줄어들고 있는 상태야.”
아들은 내가 말하는 걸 듣다가 아이스크림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효용이 왜 줄어들어? 아이스크림은 똑같은 건데.”
“그건 네 몸이 변하는 거지. 예를 들어, 배가 조금씩 차거나, 달콤한 맛에 입이 익숙해지면서 처음의 신선함이 사라지는 거야.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불러.”
어쩌면 아이에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어려운 용어일 것이다. 어른들도 자주 듣는 용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계속 소비할수록 추가로 얻는 만족감, 그러니까 효용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처음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의 놀라움과 행복은 반복할수록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가 뭔가를 선택할 땐 한계적으로 판단해. 지금 이걸 더 먹는 게 얼마나 좋을지, 아니면 멈추는 게 나을지 고민하는 거지.”
나는 내 ‘엄마는 외계인’을 떠먹으며 덧붙였다.
“이게 다 효용과 한계라는 개념 때문이야. 효용은 네가 어떤 걸 먹고 느끼는 만족감이고, 한계는 그 만족감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말하는 거지.”
아이는 갑자기 떠오른 듯 물었다.
“효용, 한계? 그래도 좀 모르겠어.”
“효용(效用)은 ‘효(效)’가 효과를 나타내는 글자고, ‘용(用)’은 쓰인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무언가가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이나 만족감을 말해. 네가 쿠키앤크림 아이스크림 한 입을 먹고 ‘우와, 맛있다!’라고 느끼는 게 바로 효용인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계는?”
“한계(限界)는 ‘한(限)’이 경계를 뜻하고, ‘계(界)’도 경계라는 뜻이야. 마법천자문에서 본 적 있지? 뭔가의 끝이나 범위를 말하는 거야. 경제학에서는 한계가 ‘현재 이 순간’에 딱 추가적으로 더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되는지를 말해.”
“아! 마법 천자문에서 ‘한정할 한(限)’ 본 적 있어. 그럼 효용이랑 한계를 합치면 뭐야?”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네가 쿠키앤크림 한 입을 더 먹는 게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따지는 게 바로 ‘효용과 한계’의 만남이지.”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아이스크림을 한 입 더 떠먹었다.
“그럼 난 아직 한계가 안 온 것 같아. 더 먹을래!”
그 말을 듣고 나도 내 아이스크림을 한 입 더 먹었다. 지금 이 순간, 각자의 효용과 한계를 탐험하며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