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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는 지도 교수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이끌어주시는 교수님이 그렇게 생각하면 거기까지가 한계가 되는 것이다.

by 킴익스피어

대학원을 졸업하며 가장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일은 '나의 논문 지도 교수님을 컨택한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면 짧은 시간이지만 약 1년 동안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나의 지도 교수님은 학생의 한계를 특정 짓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을 이끌어 낼 줄 아시는 진정한 지도자라 생각한다.


일례로.. 나는 통계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가 정한 주제는 통계를 어지간히 돌려서는 작업할 수 없는 그런 내용이었다. 수집해야 하는 관측치가 2만 개가 넘었다.


논문 면담 초반, 교수님께서 "통계는 좀 할 줄 알아요?"라고 했을 때, "배워서라도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이후 교수님께서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의심하지도 않으셨다.


다만, 노트북을 직접 들고 가서 교수님 앞에서 STATA 프로그램을 몇 번 돌려야 했다. 직접 통계를 돌리고 있는지 확인하시는 듯했다. 별로 신경을 안 쓰시는 것 같다가도 가끔은 훅 하고 확인하실 때가 있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강의 수강과 논문 면담을 병행했던 4학기에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양적 연구에 대한 내용이었고 젊은 교수님이 통계 관련하여 재미있고 쉽게 알려주셨다. 강의 마지막 시점에 메일 주소를 공개하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주저 없이 메일을 보냈고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시간을 내주셨다. 나는 연구 주제와 통계 관련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주셨다.


"석사 학위과정에서 그 정도 통계 작업은 과해요."

"5학기 졸업은 빠른 거예요. 한 학기 더 다니는 것도 고려해 봐요."

"기본적인 기초통계 정도면 졸업하는 데 충분해요."

"그 연구 주제는 위험해요. 학계에서 선호하지 않아요."


'아.. 뭐지? 특수대학원생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교수님께서 다음에 또 보자고 하시며 언제 언제 시간이 가능하다고 적극적으로 말씀해 주셨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날 믿어주는 지도 교수님께 올인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 논문의 심사는 지도 교수님이 할 것이고, 내 논문을 책임질 사람도 지도 교수님이다.


이렇게 잠시 한눈을 팔았지만, '역시 내가 지도 교수님 선택을 잘했어.'라고 생각했다.


지도 교수님은 처음부터 내게 이것저것 고차원의 작업을 요구하지 않으셨다. 다만 '내가 수정해 나가는 작업 내용과 걸리는 시간, 하고자 하는 의지 등'을 살피며, 끌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내신 듯하다.


덕분에 마지막 학기는 정말 논문 작성으로 불태웠다. 이때 주변에서는 말했다. "박사 과정이라고 밟는 거니?", "적당히 해" 등등..이라고 말이다.


근데 성격상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기 때문에 남의 말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나의 지도 교수님은 훌륭한 지도자이시다. 결론은 어떤 지도 교수님을 만나는지에 따라 본인의 역량을 200% 발휘할 수도 있고 50% 정도만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말 그렇다.


만약 내가 특강을 하신 그 교수님에게 지도를 받았다면 '특수대학원생에게 기대하는 그 정도'의 논문을 작성하고 졸업했을 것이다. 이끌어주시는 교수님이 그렇게 생각하면 거기까지가 한계가 되는 것이다.


아.. 물론 지도 교수님 덕분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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