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영문책 통번역
교수님께 논문 지도를 받는 일 년 동안, 처음에는 뜨뜻미지근했던 교수님이 점점 열정적으로 변모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는 평소에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가, 조금이나마 교수님의 기대치에 충족하고 있는 학생을 만났기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지도 교수님 열정에 발맞추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논문을 작성하면서 매 순간 교수님의 피드백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최근 논문 작성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문득 생각났던 한 에피소드를 적어보려 한다.
어느 날 교수님은 나에게 영문 책을 건네셨다.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며 건네준 그 책은 300페이지가량 되는 미국의 유명 학자가 저술한 책이었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깊은 연관이 있는 내용이고 그 책을 참고문헌으로 한다면 교수님의 기존 연구와 더더욱 밀접한 내용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일단 알겠다. 좋다. 근데 저 책을 언제 다 보냐고.
영어 논문들은 DeepL과 ILovePDF로 쉽게 쉽게 번역하여 사용했지만 이건 책이다. 그러나 교수님을 실망시킬 수 없다. 그의 열정에 발맞춰야만 한다.
나는 해보기로 했다. 일단 그 책을 전부 스캔했다. 하하하하하.. 책 한 권을 스캔할 당시가 떠오른다. 마치 공장에서 인형에 눈을 붙이는 사람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한 장씩 넘기면서 스캔을 했다.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이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책 한 권을 스캔 한 이후 다른 참고문헌과 마찬가지로 PDF 번역을 돌렸다. 그리고 읽었다. 한글로 어색하게 번역된 부분이 종종 있었지만 일단 그냥 읽었다. 읽으면서 PDF 형광펜 기능을 사용하여 인용할 부분을 체크했다.
이렇게 내 시간과 노력을 들인 참고문헌을 허투루 사용하면 안 되기에 표 하나 정도는 무조건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인용했다는 것을 교수님께 팍팍 티를 내야만 했다.
결국 그 영문 책과 더불어 책 말미의 수많은 연구도 내 논문에 참고문헌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물론 drawio로 제작한 표도 야무지게 넣었다.
이런 노력쯤은 다들 하고 있는가? 일반대학원생이 아니라 특수대학원생이라고 대충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딱 그 정도 성장하는 것이다. 비단 논문 작성뿐만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런 듯하다.
지도 교수님의 열정에 발맞추어 가장 예뻐하는 애제자가 되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것이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쉽지는 않더라.
(책 스캔본은 연구를 위해 아주 잠시 사용하고 완전히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