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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교수님을 먼저 설득하라.

지도 교수님이 내 편이 된다면 그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

by 킴익스피어

지도 교수님 먼저 설득하라.

논문 주제 때문에 마음고생했던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내가 논문 주제를 정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점은 '푹 빠져서 연구할 수 있는 만큼 관심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야 길고 긴 터널을 마음을 다 잡으며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주제는 정부 정책과 정치적인 부분이 연계되어 있는 내용이었다.


당시 현 정부의 데이터도 들어가 있기에 꽤 부담스러운 주제라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그러나 지도 교수님은 그런 내색 전혀 없이 해당 주제를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방향을 다잡아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지도 교수님의 든든한 지지가 없었으면 진행하지 못했을 주제였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논문 작성 초반에 관련 내용에 대해 다른 교수님과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그 교수님께서는 단호하게 학계에서는 위험한 주제라며 난색을 표하셨었다. 그리고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부심 교수님과도 면담했는데, 통계 결과에 대한 타당성과 논리적인 부분을 굉장히 많이 질문하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나의 지도 교수님은 외국 출장 중이셨고, 부심 교수님의 피드백을 메일로 공유해 드렸다. 그 메일을 작성할 때 화가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때는 왜 그렇게 논문에 목숨을 건 것처럼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메일 내용은 이러했다.


"예비심사를 위해 부심 교수님과 첫 면담을 했는데, 부심 교수님이 논문 주제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이시다. 그러나 나는 통계를 이래저래 돌리고 결과값에 대한 신뢰도도 높고 이런저런 논리로 해서 이 주제를 꼭 고수하고 싶다.."


이 메일을 보고 지도 교수님은 한동안 답장이 없으셨다. 보고 그냥 미소 지으셨던 것일까? 그 이후 차질 없이 예비심사는 진행되었고, 통계 관련 내용은 한번 대폭 수정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큰 틀에서는 원하는 내용을 담아서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졸업 이후 학회지에 논문을 낼 당시에는 논문 투고 후 우연인지 운명인지 운인지..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정권이 바뀌어, 논문 주제와 내용에 대한 부담이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고 본다.


나처럼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학계에서 선호하지 않는 주제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피할 수 없다면 '난 이거 아니면 안 된다. 자신 있다.'의 마인드로 지도 교수님 먼저 설득하라. 지도 교수님이 내 편이 된다면 그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 이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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