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우여곡절 끝에 저널 논문 게재가 확정된 후 학회지 측에서 메일이 왔다. 논문 심사비 및 게재료 청구 요청이었다. 논문 투고와 심사 과정은 교수님께서 진행하셨고, 편집부터 게재 과정은 내가 담당했다. 나는 저널 논문 게재가 처음이기에 교수님께서 투고 당시에 게재료를 지불하신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게재료 청구 공문 메일을 받아 당황스러웠다.
그제야 ‘논문 게재가 완료된 이후에 일괄 게재료를 청구하는 프로세스’ 임 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제1저자'이기에 해당 메일을 받은 것이다. 나는 메일을 받은 순간에 잠시 당황하기는 했지만, 세상에 나온 나의 첫 논문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학회 측에 비용을 입금했다. 교수님께 따로 연락드리지 않고 말이다. 그 이후 논문에 대한 생각을 한동안 하지 않고 지내다, 우연히 어떤 글을 보게 되었다.
'논문 게재 비용을 교수님과 상의 없이 학생이 단독으로 내면 무례한 것이다. 교수님은 연구비로 처리할 수 있고 연구 실적으로 잡기도 좋기 때문에 당연히 사전에 교수님과 상의한 후 비용을 처리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교수님께 별도로 알리지 않고 내가 심사료와 게재료를 입금한 것이 무례한 일이었나?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뭐든 처음이라 어렵다. 논문 게재도 처음이기에 아는 것이 없다.
이럴 때 떠오른다. 나의 수호천사.. 통계 멘토님께 연락을 드린다. 멘토님은 바쁜 와중에도 항상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신다. 카톡으로 장문의 내용을 주고받는다. 결론은 이렇다. '게재료는 보통 제1저자, 교신저자 또는 두 명이 같이 낸다. 다만 이 중 한 명이 게재 비용 충당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이 낸다. 그리고 교수님의 연구비는 꼭 논문 게재 비용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결론은 '제1저자'가 게재료를 낼 충분한 여력이 된다면, 굳이 '교신저자(교수님)'의 연구비로 처리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러면서 멘토님은 덧붙이셨다. 무례한 일이 아니고 칭찬받을 일이며, 나중에 게재 확정된 내용만 잘 말씀드리면 교수님도 좋아하실 것이라고 말이다. 걱정이 한순간에 확 사라졌다. 입가에 웃음이 맴돈다. 내가 잘못했던 것이 아니었다니 너무 다행이다. 다음부터는 혹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멘토님께 사전에 여쭤봐야겠다. 멘토님이 귀찮으실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자. 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