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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삐용 Dec 19. 2024

무서워서 현관으로 달려갔다.

스물세 살인데 이것도 야경증인가요?

고등학생 때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양치를 하다가도 소파에 앉아 잠들 정도로

잠이 부족했다. 

짧은 시간 동안 너무 깊게 잠들어서 

밤에 꿈도 거의 안 꾼 것 같다. 


그런데 대학 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

잠을 자는 것이 힘들어졌다. 

요즘도 열 한시에 누우면 두 시까지 잠에 못 드는데

핸드폰을 하면 각성이 될 것 같아 

눈을 감고 세 시간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요즘은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열 시쯤 되면 몸이 이곳저곳 피곤한데

막상 누우면 생각이 멈춰지지 않는 것이다. 


어제 몸이 으슬으슬 춥고 힘들어서

이른 저녁에 소파에서 잠들었는데

내가 밤잠 아닌 낮잠을 자면 깨워달라고 엄마한테 부탁해서

엄마가 사십 분 정도 있다가 나를 깨워주셨다.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며 깨워주셨다는데

그 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정신 차려보니 내가 거실 복도를 지나 

현관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내 몸이 움직이고 있고,

집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고

무슨 상황에서 깨어난 건지 잘 모르겠어서 

순간 너무 무섭고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런 적은 인생에서 처음이었고,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때 옆 짝꿍이 엎드려 자는 나를 깨웠더니

내가 눈을 감은 채로 소리 내서 울었다고 한다. 

그때는 잠투정인가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뛰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니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가지기 시작해야 될 것 같다. 


그래도 복도를 뛰어가는 나를 엄마가 팔로 감싸 안아

괜찮다고 계속 말해주셔서

잠깐 소리 내서 울다가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며 컨디션이 좋게 깨어났다.


나중에 좋은 침대가 생기더라도 

방에서 혼자는 못 잘 것 같다. 

거실에 요 펴고 엄마랑 잘 때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


 엄마는 오십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나를 육아하는 중이시다. 

언제 나는 어른이 될까?


-밤에 잘 자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빠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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