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하러 위험하게 투자를 해. 그냥 안전하게 정기예금에 넣고 마음 편하게 살지.벌어봐야 얼마나 더 번다고... 그러다 손해라도 봐봐.'
주식, 코인, 원자재 등의 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면 그것 보라는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냥 안전하게 예금이나 하라니까... 내 말 안 듣더니...'
안전하게?
정말 안전할까?
예금은 위험이 없다고? 정말일까?
확정금리 예금도 절대 확정적이지 않다.
위험을 싫어하고 예금만 선호하는 사람들이 하는 첫 번째 착각이 정기예금 금리가 '확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예금은 위험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예금금리는 결코 확정적이지 않으며,
예금은 금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연 3.50% 1년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1년간 3.5%의 금리를 확정적으로 받는다.
그리고, 1년 후에는 몇 %의 금리가 적용될까? 3%? 4%?
'내가 직장생활 처음하던 25년 전에는 은행 금리가 10%가 넘었어. 그때 한 달 월급이 200만원 정도 되었고... 퇴직할 때 3억원만 준비하자 다짐했었지. 그러면 은행에 예금해놓고 1년에 3천만원씩 이자 받으면 사는데 지장 없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금리가 이렇게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지금 3억원 가지고는 1년에 천만원도 안돼. 10억원 정도 있어야 세금 떼고 3천만원 받을 수 있을까 말 까야. 봉급쟁이가 퇴직할 때 어떻게 10억원을 모아. 금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이번 생은 망했어...'
정기예금 금리가 확정적이라는 착각에 빠지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은 1년 간만 확정적이지, 10년 20년이라는 기간을 놓고 보면 매년 금리가 변동되는 금리 위험에 노출된다.
정기예금 금리 3.50%로 인생 플랜을 짰는데, 금리가 1%로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20년에 1.16% 였다)
이자로만 생활하려면 계획보다 3배나 돈을 더 모아야 한다.
<표. 최근 10년 1년 정기예금 평균금리>
그럼, 5년 만기로 묶어 놓거나 10년 만기, 30년 만기 확정금리 채권을 사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럼 금리 위험이 없지 않으냐고?
자산 전부를 30년 만기 확정금리 채권에 묶어 놓는 건 쪽박 차는 지름길이다.
연 3.0% 30년 만기 채권을 사놓았는데, 거꾸로 금리가 10%까지 상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말은 내 돈 가치가 1/3 토막 난다는 말이다.
3%에 10억 투자한 거나 10%에 3억원 투자한 거나 받는 이자는 3천만원으로 똑같다.
즉 3%에 30년 묶어 놓았는데 금리가 10%로 오르면, 10억원의 가치가 3억원으로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이래도 확정금리라고 해서 금리 위험이 없다고 할 수 있나?
내 돈의 안전인가? 내 인생의 안전인가?
그래도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손실날 일은 없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정기예금 만기 때마다 이자를 재투자하여 원금이 불어나서 저축할 맛이 난단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도 될까?
물가상승,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정기예금은 더욱 곤혹스러워진다.
먼저 물가의 의미를 한번 짚고 넘어가자.
자장면이 5천원할 때 자장면 사 먹을 돈을 아껴 두었다가 몇 년 후 꺼냈더니자장면 값이 6천원으로 올라자장면을 못 사 먹게 되었다.
똑같은 5천원이지만 돈 가치(구매력)가 하락한 것이다.
동일하게 지금 1억원과 물가가 오른 후의 1억원은 그 구매력이 같지 않다.
1억원이 동일한 구매력을 가지려면 물가가 오른 만큼 돈이 불어나 있어야 한다.
물가가 10년간 1억에서 1억2천만원으로 20% 올랐다면 돈도 1억2천만원으로 늘어나 있어야 예전의 1억원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정기예금 금리와 물가상승률을 비교해 보자.
매년 정기예금 금리에서 세금(이자소득의 15.4%)을 공제한 세후 금리를 보면 10년 평균 2.05%였다.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은 2.08%였다.
세후 평균금리가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10년간 정기예금으로 굴렸더니 돈 가치(구매력)가 늘기는커녕 -0.03% 줄어든 것이다.
<표. 최근 10년 실질금리>
정기예금 세후 이자를 재투자하는 복리로 계산해 보면 좀 더 와닿을 것이다.
당연히 물가도 복리로 상승한다.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이니까..
1억 원을 10년간 정기예금으로 복리 운용했더니 1억2,248만원으로 자산이 늘어났다.
그리고 물가는 1억2,276만원으로 올랐다.
결과적으로 돈 가치(구매력)는 28만원 줄었다.
<표. 최근 10년 누적 실질금리>
정기예금으로 10년간 운용했더니 자산증식은커녕 돈 가치를 유지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10년 전 자장면 한 그릇이 지금도 자장면 한 그릇이다.
숫자가 늘어난다고 재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
구매력이 늘어나야 정말 재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 자장면 한 그릇 사 먹을 돈을 예금에 넣어 30년 후에도 자장면 한 그릇 밖에 못 사 먹는다면...
30년이란 세월 동안 대체 뭘 한 걸까?
30년 굴리면 열 그릇은 못 돼도, 네 그릇 다섯 그릇 사 먹을 정도로는 불려야 그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 아닐까? (35,500배의 비밀, 복리효과 참조)
정기예금은 확정금리이고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지 마시라.
정기예금은 1년 단위로 금리 변동 위험에 노출되고,
금액(숫자)이 늘어도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면 안전하지 못한 것이다.
원금손실은 없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돈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내 인생의 안전(재테크로 돈 걱정 없이 사는 것)을 포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