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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뭐고?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by 봄비

나의 이야기책 두 번째 이야기


첫 번째 두 번째 모임에서는 기존 작가들의 짧은 시도 읽어보고, 감정카드를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고, 수채화물감으로 색칠하는 등의 수업을 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도종환 시인의 '사랑하면 보인다'는 시를 읽었는데 '사랑하면 보인다'는 시를 읽을 때는 눈물이 났다. 명호아줌니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다.

생전 처음 수채화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본다는 종순아줌니는 뭔가 긴장하면서도 새로운 걸 시도해본다는 즐거움이 있어 보였다. 정원수아저씨도 오랜만에 붓으로 그림을 그려본다며 즐거워하셨다.


3월 25일 세 번째 모임에서는 많은 것들을 했다. 먼저 우리 모임의 주제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라는 동요를 함께 불렀다. 할매들은 늘 쭈그렁텅 할매가 뭐 이쁘냐고 자신을 부끄러워하시기 때문이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이 동요는 어린이(이창희)의 동시를 백창우 선생님이 곡을 붙여 만든 곡이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계속 부르다보면 할매들이 자신을 꽃으로 귀히 여기며, 어떠한 꽃이든 다 예쁘듯, 자신도 예쁜 꽃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또한 첫째주에 읽었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5번 읽었다. 외우라고 하면 힘들 테니 시간마다 여러 번 읽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리라. 마지막행 "너도 그렇다"에서는 "너"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읽었다.

좀 심심할까봐 "보글보글 짝짝. 지글지글 짝짝"도 함께 소리내어 보았다. 아직 헷갈려하시지만 이것 또한 계속 하다보면 말이 입에 붙으리라. 이 시간들이 할매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었음 하는 마음에 여러 가지들을 해본다.

첫 시간에 나오고 어렵다고 나오지 않는 할매들이 있다. 그래서 이 시간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해서 칠곡 할머니들이 쓴 시 몇 편을 함께 읽었다. 칠곡 할머니들은 우리 마을 할매들보다 평균연령이 높고, 처음 시작은 한글을 배우기 위해 모인 것이었는데 시를 많이 써서 시집을 네 권이나 출판했다. 심지어 할머니들의 시 네 편이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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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들은 칠곡 할머니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그래서 우리 할매들도 쓸 수 있다고 격려해드렸다.


시가 뭐고

소화자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칠곡마을 소화자 할머니의 시다. 시는 이렇게 말하듯이 쓰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첫날부터 시를 쓰라고 하면 부담될 수 있으니 문장 완성하기를 해보았다.


사랑은 _______________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_________________이다.

나는 ____________________할 때 기분이 가장 좋다.

나의 꿈은 ____________________이다.


네 문장을 완성해 보았는데 쓰기 전에 먼저 말로 표현해 보게 하고, 그 다음에 쓰게 하였다. 노인대학을 13년 다니신 언년할매는 직접 쓰지 못하셔서 말씀하신 것을 써드리고 베껴쓰시게 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완성하기는 사랑은 업어주는 것이다, 사랑은 쑥스러운 것이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라고 문장을 완성하였다. 자주 아프신 종순 아줌니의 꿈은 영원히 아프지 않는 것이고, 대부분의 할매들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가는 것이었다. 할매들은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고 사시는 듯하다. 언년할매는 요즘 계속 어지럽다고 하시는데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봤으면 좋겠다. 치통도 심하신 듯하여 같이 병원에 가보자고 하는데도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놔두라고만 하신다. 걱정이다. 그래도 어지러워서 힘드신데도 끝까지 수업에 함께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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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후에는 꽃밭을 그리고 색칠하였다. 못 하신다, 못 그린다 하시더니 어찌나 잘 그리시는지 ㅎㅎ 할매들은 모두 엄살쟁이다. 잘 그리신다고 칭찬하면 엄청 좋아하신다. 할매들의 실력이 칠곡 할머니들 저리 가라이다.

아직 참여하시는 할매들 수가 많지는 않은데 재미있다고 소문나면 더 오시려나? 제발 많은 할매와 할배, 아줌니와 아저씨들이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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