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속에서 맞이한 아침
아침 눈을 떴을 때 온몸에 스며든 묵직함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나른한 육체, 선명하지 않은 마음. 뿌연 안개가 의식 너머를 흐리고 있었다. 얕은 잠 사이에서 깨어난 정신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몸을 앞질렀고, 그 틈으로 익숙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불안, 초조함, 뭔가 놓친 듯한 기시감.
하지만 오늘은 다르게 흘렀다. 그 감정에 곧장 휩쓸리던 예전과 달리, 오늘의 나는 고요한 호수처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저조하네. 그렇구나."
"이 감정은, 꼭 붙잡아야 할까?"
그것들을 판단하거나 밀쳐내려 하지 않았다. 단지 그것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렸다. 마치 잔잔한 물 위에 나뭇잎 하나 떠오르듯, 흘러가는 대로 두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인지하는 무심을 수련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건 단순한 깨달음이 아니었다. 삶을 바라보는 눈의 방향이 바뀌는, 조용하지만 심연 깊은 전환이었다.
아침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요즘 정말 무심을 훈련하며 평온하게 흐르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또 컨디션이 나쁠까? 왜 이렇게 불편하고 불만이 생기는 걸까?'
불평과 불편함이 스며드는 이 순간, 다시 마음을 돌이켜본다.
그래, 누구나 평온할 때,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을 때는 무심과 도를 쉽게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늘 평탄할 수 없다. 오히려 컨디션이 최하일 때, 마음이 어지러울 때—그 순간에야말로 나의 무심이 진짜인지 시험받는다.
바로 지금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진짜 수련의 시간이다. 이런 날들을 통해 나는 삶의 진짜 깊이를 배운다. 좋은 날만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늘처럼 불편한 날도, 나를 완성시켜 주는 한 조각이다. 고요한 아침 속에서 처음으로 느꼈다. 하루를 시작하는 이 순간조차 수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흔히 '깨어 있음'은 좋은 컨디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흐트러진 상태야말로 깨어 있는 힘을 요구한다. 마음이 산란할수록, 더욱 의식적으로 자신을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좋은 생각일까?”
“쓸모 있는 감정일까?”
이 질문들조차 결국 또 다른 생각의 그림자일 뿐. 그것조차 내려놓을 때, 마음은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든다. 그곳엔 이름도, 평가도 없다. 오직 있는 그대로의 경험만이 머문다.
생각이 가라앉고 나면 감정이 남는다. 예고 없이 찾아온 불안, 이유 없는 조급함, 희미한 우울. 예전의 나는 이런 감정들을 붙잡아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그러면 감정은 점점 짙어졌다. 마치 멀리 있던 먹구름을 응시하다 그 아래 비를 맞는 것처럼.
그러나 오늘의 나는 다르게 말했다.
"그래, 왔구나. 이제 지나가거라."
그러자 정말로 감정은 흘러갔다. 이른 새벽 커피잔에서 피어오르던 김이 서서히 공중에 스며들듯, 내 안에서 일렁이던 감정도 서서히 멀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고요가 돌아왔다. 마음은 더 단단한 중심을 되찾았다.
흐트러짐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자각은 시작된다. 감정은 붙잡는 순간 머문다. 이름을 붙이고, 분석하고, 해석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뿌리를 내리고 나를 휘감는다.
그러니 그저 흘려보내자.
분석하지 말고,
매달리지 말자.
그것이 지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주자.
생각은 스스로 굴러가지 않는다. 오직 '내가 반응할 때' 힘을 얻는다.
“아,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그렇게 조용히 바라볼 때, 생각은 한 걸음 물러난다.
그제야 알게 된다.
나는 그 생각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의식이라는 사실을.
예전의 나는 감정이 올라오면 곧장 그에 휘둘렸다. 감정이 나를 덮치면, 나는 그 색깔로 하루를 물들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감정은 나를 통과해 흘러가는 바람일 뿐. 나는 그 바람을 바라보는 하늘이다. 오늘 아침,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흐트러진 몸, 산란한 생각, 불쑥 찾아온 감정. 이 모두가 수행이었다.
판단을 내려놓고, 그저 바라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조용히, 다시 한 번 속삭인다.
"그래, 왔구나. 이제 지나가거라."
그러면 모든 것은 정말로 지나간다. 구름처럼.
https://medium.com/@irenekim1b/%EF%B8%8F-emotions-flow-like-clouds-37ba3d1d24c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