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이 아닌 흐름을 타고-11월 수련의 중간점검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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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내게 유난히 깊고도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올해, 감사 훈련이라는 이름 아래 ‘100번 감사 챌린지’를 시작했다. 매일 100번을 꼭 채우겠다는 강박보다는, 순간순간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고마움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나 자신을 다독이는 훈련이었다.


처음에는 하루하루가 의욕으로 채워졌지만, 시간이 흐르자 어느샌가 그 열기가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동기부여가 흐려진 그 지점부터가 진짜 훈련의 시작이라는 것을. 왜 매순간 감사를 잊어버릴까? 스스로 자문하고, 그 의문이 들 때마다 나는 다시 작은 속삭임처럼 “감사 감사합니다”를 내뱉었다. 그것은 점차 습관이 되었고, 이제는 어떤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내 일상은 ‘감사’라는 부드러운 실로 엮이며 조용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흐름 속에서 나는 잘 흘러가고 있었다.


11월의 첫날, 또 하나의 다짐을 마음속에 새겼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흐름을 타며 살고 싶다는 오래된 소망. 오랫동안 나를 조이고 있던 ‘해야만 한다’는 강박과 집착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은 ‘무심(無心)’, ‘무위(無爲)’, ‘무아(無我)’의 훈련이었다.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머물지 않고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내 일상의 결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그 흐름 속에서 마주한 사건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폭우와 홍수주의보. 예전의 나였다면 폭우 속을 뚫고서라도 운동을 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정말 가고 싶은가?’ 내 마음에 조용히 물었고, ‘지금은 쉬어도 괜찮아’라는 대답이 들렸다. 그렇게 3일을 쉬었다. 처음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곧 깨달았다. 아, 이것은 무심이 아니었구나. 무위가 아니었구나.


그 3일 동안 나는 몸의 무게감과 마음의 흐트러짐을 여실히 느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 그 리듬이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지탱해주었는지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 마치 나무가 뿌리를 내려야 꽃을 피울 수 있듯, 그 루틴은 나를 고요하게 만드는 뿌리였다.


그 경험은 중요한 통찰을 안겨주었다. 루틴은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아니라,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닻이었다. 매일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나 자신과 깊이 만나는 그 시간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내 정체성의 본질이었다. 물론, 그 루틴을 지키지 못했을 때 생기는 딜레마도 컸다. 혹시 이것도 집착 아닐까? 내가 정말 자유로운가? 하지만 오히려 멈춰보았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꾸준히 루틴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것이 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선택한 리듬을 사랑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집착이 아닌 흐름으로. 이 작은 실험은 나에게 다시 중심을 일깨워주었고, 훈련은 다시 물 흐르듯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흘러간다. 하루하루를 감사로 채우고, 순간순간을 비워내며, 나를 붙들고 있던 것들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빈자리엔 성찰과 배움이 자란다. 때론 힘들지만,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흔들려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왔다. 성장하고 있는 나를, 수련을 통해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나를 오늘은 조금 더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https://medium.com/@irenekim1b/flowing-through-gratitude-a-practice-of-stillness-and-strength-175f2d03ec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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