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준비한다는 것은...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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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준비한다는 건, 마치 거울 없는 방 안에서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기 전에, 그 손이 떨리지 않는지, 부끄럽지 않은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사랑은 감정의 폭풍이 아니다. 오히려 그 모든 감정이 휘몰아친 후에도 남아 있는 고요한 책임감, 그 묵직한 감정을 껴안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 앞에 멈춰 섰다. 지금 내가 준비하는 사랑은 그 사람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나 자신의 자존심을 위한 것일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고 말할 때, 그 바람이 정말 그 사람의 삶에 필요한 것이었는지, 혹은 나 스스로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은 안간힘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사랑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마음이 진짜라면, 상대가 보지 않는 자리에서도 그대로여야 한다. 함께하는 시간보다 오히려 함께하지 않는 시간 동안, 얼마나 그 마음을 지켜냈는지가 사랑의 깊이를 결정짓는다. 불 꺼진 방 안에서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않더라도, 그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선택과 행동을 조심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결국 사랑을 준비한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을 놓는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는 경영자의 가르침이 있다. 그 말은 나에게 단순한 경영 철학이 아니라, 사랑의 윤리처럼 다가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번지르르한 말이나 의식적인 행동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이 전혀 알지 못할 순간들 속에서,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같이 있는 시간에만 충실한 사랑은, 물에 젖은 종이처럼 쉽게 찢어진다. 함께 있지 않을 때조차, 그 사람의 곁에 있는 것처럼 살아내는 일. 그것이 진짜 사랑이고, 신뢰이고, 존중이다.


사랑은 결국 양심의 형태로 나의 삶에 남는다. 그 사람이 지켜보지 않아도, 보상이 따르지 않아도, 내가 지켜야 할 원칙과 진심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단단한 기둥이 된다. 신뢰는 속이지 않는 마음에서 태어나고, 속이지 않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바꾸려는 일이 아니라, 그의 세계를 조금 더 편안하고 조용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가 나와 있는 순간뿐 아니라, 나와 떨어진 시간 동안에도 삶이 덜 불편하고, 마음이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저 고요하게 곁에 머물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되어가는 길이 바로 사랑의 길이 아닐까.


사랑에 대해 품고 있던 많은 생각들 중 일부는, 결국 내 자존심의 말씨름에 불과했음을 알아챘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때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려 들었다는 걸. 그러나 진짜 사랑은 내가 해주고 싶은 걸 ‘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원하는 걸 듣고, 알아차리고, 조용히 건네는 것이었다.


이제 믿는다. 사랑은 자존심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사랑은 그 사람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편안함, 나와 있는 시간이 평온해지는 그 고요함 속에서 자란다.


사랑을 준비한다는 건, 나 자신을 얼마나 성찰해왔는가를 묻는 일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조차 정직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여정이다. 결국, 사랑이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마음의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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