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시작되자, 문득 알 수 없는 다짐이 마음속에서 일었다. 그것은 무엇을 이루겠다는 단단한 결심도, 구체적인 계획도 아니었다. 오히려 '무심(無心)', '무위(無爲)', '무아(無我)'라는 말 속에 담긴, 결의 없는 결의였다. 무언가를 해내려는 의지를 내려놓고, '실천하지 않음'을 실천해보고자 마음먹은 듯했다.
이번 달 들어 의식적으로 힘을 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무심이란 어떤 상태일까. 정말 마음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이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걸까.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평소처럼 하루의 루틴을 따라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고,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처리한다. 겉으로 보기에 나의 하루는 평온해 보일지 모르지만, 마음 한켠은 늘 소란스럽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지. 이건 나중에, 저건 지금.”
끝없이 밀려드는 할 일 목록들이 마음을 점령한다. 그 생각들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나를 휘감고 흔든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흘러가는 대로 두자. 자연스럽게 하자.”
하지만 마음속에는 불안이 인다. ‘지금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하루를 헛되이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나의 내면은 여전히 ‘해야 한다’는 강박과 ‘흘러가고 싶다’는 바람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무심은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지 않는 것.
지금 이 순간에 고요히 머물며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결과에 매달리지 않는 것.
무위는 하지 않음이 아니라, 애쓰지 않음.
행동하되 힘을 주지 않고, 흐름에 맡긴 채 자연스럽게 살아내는 것.
물 흐르듯이, 바람이 스며들듯이. 그렇게 살아내는 법을 나는 배우는 중이다.
물론 쉽지 않다. 무심과 무위라는 개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으로는 아직 낯설고 어렵다. 오늘의 나는 여전히 그 간극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 힘을 빼려 했지만 어느새 다시 힘이 들어간 나. 흘러가고자 했지만 여전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흔들리는 나.
그렇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그 과정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고 있는 것과 살아내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좁히는 과정, 그 반복되는 시도가 바로 나에게는 ‘훈련’이고, ‘성찰’이며, 성장 그 자체다.
오늘의 나는 다시 다짐해 본다.
흐름 위에 나를 놓아보자. 힘을 빼고, 마음을 풀고, 무심하게 하루를 살아보자. 그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는 무심과 무위가 나의 체온처럼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오리라.
그 희망 하나 품으며, 다시 흘러가 본다.
https://medium.com/@irenekim1b/placing-myself-gently-on-the-flow-1cf8f0933a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