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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페어링을 지향하는 편

조식을 준비하는 마음

by 나조식

마리아주(Mariage)는 프랑스어로 결혼을 뜻한다. 그런데 거기엔 결합, 배합이란 뜻도 있다. 그래서 평소에 ‘마리아주’라는 단어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그건 거의 대부분 결혼이 아니라 와인과 음식의 결합 즉, 궁합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 게 맞을 것이다. 고기에는 레드 와인이 어울리고 화이트 와인은 생선을 먹을 때 좋다는 그 얘기 말이다.

마리아주를 영어로는 페어링(Pairing)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마리아주 비해서 조금 더 폭넓게 쓰인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뿐만 아니라 토마토와 바질, 치즈와 사과처럼 재료와 재료의 조합, 바닐라와 카다멈 같은 향과 향의 어우러짐, 크리미 한 아보카도와 바삭한 사워도우처럼 질감의 조화 등 다양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조식’의 기획이 어제와 다른, 그러면서도 효과적인 식재료 사용을 위해 메뉴를 정하는 일이라면 페어링은 그 메뉴를 만들기 먹기 위해서 어떤 식재료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조리할 것인지, 어떤 킥을 줄 것인지 등을 따져보고 정하는데 필요한 원칙이 된다. 이 페어링을 통해서 다음 날 아침에 만들어 먹을 메뉴에는 깊이가 더해지고 실제로 조리 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페어링 개론 1장에 나올 법한 일치형 페어링(Congruent Pairing)과 대조형 페어링(Contrasting Pairing)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팬을 달구고 올리브오일을 한 바퀴 두른 뒤 소금, 후추, 허브를 넣고 볶은 버섯의 풍부한 감칠맛과 향은 계란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좋은 짝을 이룬다. 이 두 가지를 한 입에 넣으면 풍미가 증폭된다. 이처럼 일치형 페어링은 비슷한 맛과 향을 가진 식재료를 조합하여 그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구운 마늘과 로즈메리를 곁들인 감자구이처럼, 서로 비슷한 향의 재료들을 모아 더 깊은 풍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반면에 같은 계란이라도 토마토와 함께 먹으면 부드럽고 고소한 계란과 상큼하고 산뜻한 풍미의 토마토가 서로 다른 맛으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소금과 후추를 살짝 더하면 맛의 대비가 더욱 선명해진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맛을 조합하여 새로운 맛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조형 페어링이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시나몬을 얹어 부드러운 달콤함과 스파이시한 향을 대비시키거나, 잘 구운 스테이크 위에 달콤한 체리소스를 곁들이는 것처럼 의외의 조합이 빚어내는 매력을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식 메뉴를 정한 뒤에는 보통 소셜미디어나 웹 사이트 혹은 책에서 마음먹은 메뉴의 레시피를 찾아본다. 특별히 원숭이골을 이용한 조식이나 바나나꽃 샐러드를 조식으로 준비하지 않는 이상 거기엔 평소에 한두 번은 접해봤을 레시피가 있고, 그 레시피는 대부분 검증된 전통적인 페어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페어링을 따져가면서 처음부터 레시피를 새로 만들거나 수정할 일은 거의 없다. 아니,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른바 현대적 페어링(Contemporary Pairing)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현대적 페어링(Contemporary Pairing)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관습이나 경험적 지식에만 기대지 않고, 분석을 통해 이른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식재료의 화학적 구성과 향미 프로필을 연구해서 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조합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거기엔 아마도 1980년대 말에 등장한 분자요리와 같은 트렌드도 한몫했을 것 같다.

가령, 그 이름마저 직관적인 푸드페어링(Foodpairing) 같은 회사는 식재료의 향미 성분을 분석해서 서로 잘 어울리는 식재료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레시피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분석해서 식재료 향미 프로필을 구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식재료 간의 궁합을 예측하는 푸드 페어링 알고리즘까지 만들어 냈다. 이 알고리즘을 통해서 키위와 굴, 초콜릿과 콜리플라워, 쌀과 엘더플라워, 자두와 고추냉이처럼 언뜻 해괴해 보이지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새로운 페어링이 발견됐고 일부 파인 다이닝 음식점에서는 이를 응용한 실험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매일 어제와 다른 조식을 만든다는 건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만드는 행위다. 따라서 거기에 현대적 페어링과 같은 최신 트렌드들이 추가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딸기에 발사믹 드레싱이 잘 어울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고수, 후추, 바질과도 잘 어울린다는 건 몰랐었다. 새우와 바닐라의 조합이 새우의 단맛을 끌어올리고 깊이 있는 풍미를 만들어내고, 새우와 계피의 조합은 또 다른 마성의 매력을 선사한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됐다. 아보카도와 초콜릿의 조합이 그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후추의 조합이 강렬한 대비를 통해서 극적인 맛을 연출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새롭게 밝혀지는 이런 사실들 덕분에 레시피를 새로 만들거나 수정해야 일이 조금씩 늘어난다.




페어링이 고민된다면 일치형 페어링부터 시작해 보자.

양송이버섯과 계란프라이는 좋은 페어링이다. 물론 양송이버섯뿐만 아니라 어떤 버섯도 좋다. 바삭하게 구운 사워도우에 버터에 볶은 양송이버섯과 계란프라이를 곁들인 400kcal #버섯토스트



재료

사워도우 1장, 양송이버섯 5~6개, 계란 1개, 바질페스토 2T,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파슬리 조금


조리

1. 양송이버섯은 먼지를 털고 얇게 썬다. 씹는 식감을 원한다면 두툼하게 써는 것도 좋다. 팬에 버터 얹고 양송이버섯을 볶는다. 소금, 후추로 간한다.

2. 계란 1개 써니사이드업으로 굽는다.

3. 사워도우에 올리브오일 뿌리고 앞뒤로 바삭하게 굽는다.

4. 접시에 사워도우 얹고 바질페스토 바른 다음 양송이버섯과 계란프라이, 다진 파슬리 조금 얹는다.


#조식 #레시피 #미라클모닝 #양송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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