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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식당의 원 플레이트 번외 2

by 숨고 Mar 02. 2025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 Lewis


처음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가 됐을 때는 얼떨떨했다. 이 공간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들른 친구의 타 플랫폼 피드에 링크되어 있는 소개글의 작은 링크를 보고 들어가게 되었고, 내 주변에는 여기에 글을 쓴다거나 작가를 지망한다는 이가 한 명도 없었고,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생소하고 낯설어 가벼운 마음에 그냥저냥 살아온 이야기나 일기장에 쓰듯이 써볼까? 누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이야기라고 가볍게 여겼던 이야기들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아프고 힘들었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어떻게 위로해야 되지? 어떻게 반응해야 상처가 되지 않고 적절한 공감과 위안을 줄까?' 라는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털어놓지 못하곤 했다. 지나치게 사려 깊으려는 내 욕심도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상의 걸림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런 공간에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고, '적음으로 인해서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 공간의 모토가 참 좋았다. (사실 이 모토도 모르고 작가지원을 무턱대고 했다) 그래서 정말이지 작가가 되었다고 마음껏 써주시라는 작은 이메일을 통보받았을 때, 누군가가 엄청 열망하여 다섯 번 일곱 번 끝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는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었다. 반가웠다. 가끔씩 와주던 이들이 자주 보이는 닉네임이 되고, 작지만 한 분 한 분의 좋아요와 구독자수가 늘어난다는 공지 알림 창, 그리고 조회수 그 모든 게 '공감'이라는 관심의 표현 같았고 기뻤던 것 같다.




아빠와 멀리 동해로 무턱대고 떠나는 새벽 초행 여행길중에 운전은 늘 아빠의 몫이라 미안하지만 또 눈치 없이 잠이 밀려왔다 ('새벽잠이 워낙 많은 나'라는 핑계를 대본다) 자다가 꾸벅 졸다가를 반복할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운전대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내가 운전한다고 상상을 하고 정면을 주시하여 시야를 보니 고속도로가 어떤 길은 시야가 좁은 커브길이고, 어떤 길은 시야가 멀리 확 트인 직진도로 상태이더라. 그런데 그거에 맞게 아빠는 시야가 좁은 커브길에는 속도를 줄이되 당장 펼쳐질지 모를 가장 끝 점을 주시하고는 운전대를 잡은 어깨를 살짝 올리시고, 시야가 탁 트여 조금 안정감 있는 길에서는 어깨를 긴장을 푸시듯 내리시며 멀리 내다보고 한 각도로만 편안히 핸들을 잡으시는 게 아닌가?


우리 인생도 이러할까 생각해 봤다. 물론 고속도로라 오르막 내리막은 없었다. 그러나 정면을 바라보고 앞만 달려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속도를 줄이고 긴장을 갖춰야 하는 삶의 순간이 있고, 멀리 내다볼 수 있어 조금은 느슨히 마음을 풀어도 되는 즐김이 주어지는 타이밍이 있다. (물론 이 즐김의 순간에도 언제 갑자기 커브길이 나올지 가시거리가 좁아질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란 생각은 든다.)


운전이 겁이 나 운전연수를 받듯 내가 운전한다고 가정하고 아빠의 위치와 시선에서 정면을 주시하고는 어떻게 속도와 핸들을 조절할지 생각하다 보니 까마득한 건 차선변경이었다. 언제 나의 노선을 바꿀지 어떻게 달려오고 옆으로 끼어드는 차들의 깜빡이를 관찰하며 타이밍을 맞출지. 연애도 결혼도 이러한가 싶더라. 내 노선에 들어올 차들을 감지하며 들어가야 하고 빠져야하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 그래서 "사는 게 운전과 같다"라는 말이 절로 혼잣말처럼 나왔다.





다시 돌아와, 작가활동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탔다. 내가 사는 도시의 가까운 30-40분 내의 다른 동네를 가기 위해서였는데 버건디 코트를 입은 한 작가로 보이는 여성이 내 옆에 앉으셨다. 이쁘장하셨고 눈이 동그라시고 또렷한 외모셨는데 책을 교양있게 읽고 계셨다. 옆으로 힐끔 보고는 '아 신기하다 진짜 작가님들은 저렇게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다니시는구나.' 싶더라. 근데 나는 그 순간 노래가 더 듣고 싶었다. 사실 책이라고는 학창 시절 읽은 것도 일 년에 10권남짓. 집에 있는 책도 20권이 채 안되고 보통은 심리학관련한 학부교재나 공부자료이니 말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나는 분명 생각이 흡수되어 그 색을 덧입다가 지나치게 모방하게 되는 글을 쓸 것 같았다. 그래서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된 후에는 더더욱 다른 분들의 생각을 읽고 듣는 게 겁이 났다. 혹시나 너무 닮은 글을 씀으로 인해 나의 색이 흐릿해지거나 투영되어 빛을 잃을까 봐. 그래서 나는 가삿말을, 책을 읽듯 노래를 듣고 듣는다. 특히 다른 사람의 삶을 인터뷰하여 적고 작사하고 음을 입힌 곡들이면 더더욱 즐겁게 듣는다. 공감도 절로 이루어지고, 몰랐던 내 감정이 거기서 꺼내지기도 하니 말이다.


요즘은 힙합을 주로 듣는데, 고등학생시절 듣던 드렁큰타이거와 윤미래 배치기 mc스나이퍼, 키네틱플로우의 노래가 참 좋다. 요즘 같은 멜로디와 음감은 아니지만 힙합이라는 장르가 주는 '애환'과 울분을 담은 정서가 지금의 내 마음과 많이 닮아있다. 이런 속마음 또한 글을 쓰는 장소라서 털어놓는 게 가능한 일이다. (소심쟁이 숨고는 그러하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주저리주저리 이야기가 길었다.

사실은 이런 날 내가 먹는 게 있는 게 있는데 공개를 굳이 하자면 오랜만에 마셔보는 세계맥주이다. 커피 향이 살짝 묻어나는데 쓰긴 해도 쓸쓸한 마음과 헛헛한 마음을 담을 때, 많이 마시지 않고 싶을 때 한 캔이면 충분한 날에는 좋더라. 여기에 담백한 크래커 한두 조각이면 충분한데, 사실 슬라이스 치즈와 참치마요 한두 스푼에 반으로 잘라낸 방울토마토 등을 곁들여 만들고 싶은 카나페 또한 패스했는데, 그게 귀찮을 만큼의 에너지 고갈상태인 나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웃프다. 즐겁게 글을 써야지! 라고 외치며 조금씩 에너지를 충전 중이다. 헤프게 웃지도 않고 헤프게 울지도 않는 요즘 감정을 조금씩 충전시켜서 더욱 즐겁고 반가운 글로 다가가겠다.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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