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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맞서는 맛, 수용의 멋

행복식당의 원 플레이트 - 번외 편

by 숨고


편견에 맞서는 맛, 수용의 멋


편견에 맞서는 맛, 수용의 멋


세상에는 각자 많은 신체적 정서적 아픔과 고통의 자리마다 주어지는 무게로 힘겨워하는 이들이 있다. 어쩌면 혼자서는 행복을 느끼기 어렵고, 다 같이 느껴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러려면 소외된 사람들과 아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누구라도 한 발짝 다가가 같이 웃자고 권하고 나아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한 사람이라도 더 같이 웃고, 배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전의 내가 생각했던, 행복은 마냥 상상만으로는 그저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그렇게 단순히 다 같이 즐기고 쾌락적인 감정에 치우쳐 도파민이 충만한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그 개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그 시작은 아주 오래된 나의 노트북에서 우연히 찾은, 10여 년 전의 부전공과목의 리포트 파일을 열어 본 후부터였다. 이 '행복식당의 원 플레이트'라는 브런치북에 내 리포트를 적어내는 데는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다짐했다. 세상밖에 이러한 생각들을 꺼내서 나눠보자고. 다리가 편찮으신 아버지가 부끄럽지 않고, 콜록대고 남들보다 걸음이 느리신 어머니를 감추고 싶지 않다. 조금 불리하고 불편한 부분이지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사람들에게 그 부분이 잘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는 마음이 크다.


음식도 그러하다. 조금 상할 듯해서 탈이 나면 어떻고, 조금 내 입에 맞지 않아 싱겁거나 짜면 어떨까. 그것 또한 다 양분이 있는 것인데. 사람의 몸도 마음도 그러하다. 완벽한 건강, 완벽한 체형, 완벽하게 건강한 정서는 없다. 어떻게 살아가도 조금은 휘어지고 조금은 불균형하고 조금은 약한 부위가 존재한다. 그 크고 작음의 차이라고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 행복으로 가는 재활을 읽고 난 뒤 >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재활’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실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로만 여겼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번이 내가 대학생활을 하며 듣는 마지막 중요한 학기인데, 내 전공과는 조금 거리가 먼 '사회복지 실천론' 수업을 스스로 택하여 수강신청한 계기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정말 한 과목만이라도 더 내가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있어서 더 성숙해지고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야와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내적으로 많은 교훈을 얻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이번 소감문 과제를 통해서 우연히 접하게 된 ‘행복으로 가는 재활’이라는 책은 내게 어떤 타 강의의 이론들보다도 참 많은 깨달음과 교훈을 주었다. 나의 부모님 또한 두 분 모두 장애를 가지신 분이시고 영구장애이다 보니 완전한 재활을 못 하셨지만 두 분 다 삶을 비관하지 않으시고 사회활동과 생계활동을 하시는 내가 존경하는 분들이 시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모든 한 구절 한 구절들이 내게 정말로 감명 깊게 와닿았다. 나의 부모님들 또한 자신이 다른 사람과 신체적으로 조금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삶을 비관하지 않으시고 무언가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일으켜 세우신 분들이시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짐으로 삶을 행복하게 누리며 살고 계시기 때문에 이 책에서 강조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가슴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것을 재활이라고 흔히들 표현하지만 장애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맛보는 실패의 경험과 좌절되는 상황에서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시 시작하여 극복해 나간다는 것'은 힘겨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인 재활의 의미와 조금은 부합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재활에 대해 공부했던 시간은, 내가 살아가면서 어떤 상황 때문에 앞으로 좌절하고 역경이 왔을 때 어떻게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지를 알려준 고마운 시간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비록 장애를 가지지 않았고 그들의 아픔을 오롯이 온전히 이해하고 품을 수 있다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나 또한 삶을 살면서 아픔의 시간과 실패의 경험, 내 꿈이 무너졌던 경험이 있기에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의 아픔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내 어리석었던 생각 또한 부끄러운 것임을 알았다. 재활에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가져야 할 마음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고 타인과 겨루는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내정한 싸움인 것도 알게 되었다.


또 장애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떠한 것도 아닌 마음속으로 느끼며 바라 봐주는 사랑이고 그것이야 말로 그들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포기를 하며 살아왔는지 나 자신을 다시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아직 공부를 하는 학생이고 비록 전공은 사회복지가 아니지만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진정으로 그들의 상처와 아픔들까지도 품을 수 있는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로 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기도 하었고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자원봉사 또한 의무가 아닌 정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미지막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으로 가는 재활의 의미란 우리에게 그런 것 같다. 신체적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실패하고 좌절된 상황과 역경 속에서 부정적인 사고를 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며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 말이다.


- 2013년의 어느날 적었던 소감문 리포트를 회상하며.




편견을 버리자. 서로 바라보고 웃고 배려하고 같은 마음, 같은 시선으로 서로를 대하자. 특별한 약자라거나 특별히 보호해야 될 대상도 아니고, 어설픈 연민과 동정도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완벽한 위로도 완벽한 충고도 없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위하고 배려한다. 그 마음의 중심과 시작이 중요하다. 그 중심을 바라보며 서로 생채기 내지 말고, 온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자. 그런 세상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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