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덜덜 떨어도 아샷추를 마시곤 한다. 작년 이맘때쯤 꽂혀버린 '아이스티에 샷 추가'라는 시즌메뉴가 늦바람인지 뭔지 뒤늦게 꽂혀버려 줄곧 마시곤 한다. 커피보다 쓰지 않고 달달하며 새콤달콤 카페인이 적당히 충전되는 그 느낌에 즐기는 것 같다. 주로 가고, 마시고, 만나는 애정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모든 행복의 근원인 것 같다.
어릴때부터 작은 물건, 작은 편지, 쪽지 하나하나 쉽게 버리지 못해서 상자나 서랍에 모으곤 했다. 왜 그리도 그런것에 하나하나 연연하고, 버리지 못해서 안달이었을까. 나는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 그리도 움켜쥐려 했던걸까.
너무 가지려다 보면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모래알처럼 미끄러진다. 우리는 거머쥘 수 있는 무게가 한정돼있다.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꽤나 오래 걸렸다. 앞으로도 더 내려놓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많은 성찰을 해야 하겠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마음의 힘겨움은 지켜내야 할 것이 많을 때, 거머쥘 것들이 많을수록 비례한다는 것을 느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때론 뜻과 같지 않게 흘러가고, 무언갈 지켜내야 하는 무거운 마음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짖누르기까지 하기도 한다.
사유하는 마음으로 모든 사물과 사람과 행위와 행동들을 관찰하다 보면 모든 게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마음의 평온이 찾아온다는 것은 모든 인과와 순환의 법칙 안에서 나를 밀어 넣고 그냥 굴러가듯 사는 것 같다. 정말 참 행복은 그런 데서 오는 것 같다. 어지럽고 복잡한 출근길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울렁이는 속을 아샷추 하나로 달래듯. 오늘하루 얼어 죽겠어도 마실 수 있는 시원한 아샷추 하나에 숨을 들이켜고 내쉬어 낼 수 있는 것. 오늘도 나는 얼어 죽어도 아샷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