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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지런히 마주 할 용기

by 숨고

여섯 살 조카에게 '행복'이 무어냐 물었더니 '무지갯빛 마음'이라고 대답했다. 어떻게 해야 그런 무지갯빛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날이 너무 흐려도 안되고 아주 맑고 밝아야만 비추는 무지개처럼, 우리 마음에 무지갯빛이 피어나려면 마음이 맑은 날이어야 한다. 맑은 날이려면 우리의 먹구름을 걷어낼 용기가 필요하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먹구름이 있었다. 삶이 아팠다. 어떤 날은 내가 잘하고 있어도 부족해서 원망스럽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이의 말에도 겸손을 가장한 부정의 손사래를 치던 나였다. 그래서 내가 나를 인정해 주고 감싸주지 못해 스스로를 질타하며 꾸짖기 일쑤였다. 그런 날이 반복되면 세상이 온통 불만스럽다. 일상의 모든것들을 여유 없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는 피어나는 길가의 꽃들보다는 희뿌연 버스 뒷 모퉁이의 매연이 더욱 눈에 들어오듯.


그렇게 삶의 여유를 찾고 나를 사랑해 주려면 내게 관대한 내가 되어야 한다. 내게 관대한 내가 되려면 엉겁결에 지나쳐온 상처들을 부지런히 마주해야 한다. 마음의 공간 안에 오염된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분리수거하고 나면 조금의 틈이 벌어지면서부터 행복이 스며든다. 그렇게 차츰차츰 쌓일 공간이 마음에 생기면 비로소 우리는 무지개를 마음 안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긍정적일 필요도, 웃음지을 힘도 없는 날 억지로 웃어낼 필요도 없다. 그저 마음 안에서 행복을 담지 못하게 하는 공간의 넘치는 상처와 부정을 덜어낼 용기만 내면 된다. 당신이 상처와 아픔을 애써 외면하지 않으시기를. 꺼내어 마주할 용기를 내시기를. 그런 당신의 오늘과 내일이 행복이기를. 나의 맘과 같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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