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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고 Dec 27. 2024

꼭짓점 댄스를 기억하시나요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난 후, 나는 초등학생 이후 줄 곧 여중에만 있다가 만난 남자아이들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은 나를 정팔이라 부르며 동성 같다 하여 남자화장실에 어깨동무를 하며 데리고 가려 놀리기도 했고, 합기도를 배우는 여자친구의 쌍절곤을 가지고 기숙사 앞 공터에서 같이 놀기도 하였다.

               

집은 10분 거리인데, 늘 가까우면서 가장 늦게 도착하는 탓에 지각을 일삼아 복도를 쓸기도 했고, 이단아는 아니었지만 분명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였던 것은 맞았다. 그런 성격 탓에 축제기간이 다가오고 우리는 반대표로 2002년 올림픽 응원가 대표로 췄던 김수로의 꼭짓점 댄스라는 응원가에 맞춰 춤을 추기로 하였고 거기서 꼭짓점을 내가 맡으라는 한 아이의 추천과 함께 나는 얼덜결에 꼭짓점이 되어 춤을 추게 되었다.  지금생각해 보면 정말 얼토당토않은 일이었다.    

           

그때는 진짜 전교생 앞에서 춰야 되는 게 뭔지 얼마나 부담스러운 자리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파도 밀려가듯이 진행이 되었고, 어버버 하다가 결국 추게 되어 연습시간에 잘 추던 남학생에서 계속 교습을 받기도 했다. 부러운 건지 뭐가 마음이 비뚤어진 건지 때로는 옆반 남자아이가 와서 내가 꼭짓점인 것에 대해 시비를 걸기도 했는데 그 비뚤어진 마음이 뭔지도 모를 만큼 이 자리가 부담스럽고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지금도 의문으로 남는 내 인생의 큰 기억이다.         

       

그때 후로 친해진 남자아이 M의 결혼식이 올 10월에 있었는데 두 친구와 함께 유일한 여사친으로 축하자리를 함께하기도 하였다. 그 아이가 지어준 '정팔이'라는 별명도 내가 개명하기 전이름을 따서 지금 별명이었는데 고마운 마음뿐이다. 그랬던 나도 잠시, 고등학교 2학년 꽃샘추위일 때 어머니가 급격히 많이 아프셨고, 그 여파로 나는 엄청 어두운 아이가 되었었다. 그 시기에 이어폰이 나와 함께했는데 윤미래의 노래를 들으며 감성팔이에 내 삶에 대한 한탄을 섞으며 많이 원망하고 비뚤어지고 싶은 마음을 음악으로 승화했던 것 같다.  


누구나 학창 시절의 어두웠던 과거가 있다. 밝았던 과거 또한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을 뿐, 크고 작음의 차이만 있을 뿐 항상 밝은 시기만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터널을 지나 빛을 보게 된 나의 삶에서 꼭 있어야만 했던 터널 같은 시간이 있기에 지나오고 나니 여기가 빛 가운데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행복했던 시기가 있어서 어두움을 어두움으로 느끼고 받아들였고 어두웠던 시기가 있기에 밝음을 밝음으로 받아들였다. 감사하다. 내 모든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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