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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와 새우치즈플레터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추억하며

by 숨고

먹고 싶고 고르고 싶었는데 친구와 마음이 맞아 골랐던 추억의 음식이 있다.

그건 바로, 떡볶이와 새우치즈 플레터이다. 양손잡이 냄비에 담긴 밀떡의 쫀득한 식감이, 그 기분 좋은 매콤함이 나를 다시 기분 좋아지게 해주곤 한다. 먹어도 먹어도 힐링푸드임엔 틀림없는 불맛 나는 새우를 떡볶이 소스에 푹 담가먹었던 그 맛, 흔히 맛 볼순 없는 조합이었지만 그래서 더 색달랐던 기억이 있다.


우리 인생에도 이런 기억이 있을까?

만나면 기분 좋은 존재들의 미소처럼, 우연히 마주하는 행운처럼 우리를 기쁘게 해 주고 신나게 해주는 맛들이 세상엔 무궁무진하다는데. 아직 넓고 깊은 세상밖으로 나아가 보지 못한 나로선 맛보지 못한 맛들이 세상천지에 널리고 널렸으니. 내가 맛보지 못한 삶의 맛 또한 무궁무진하겠거니 하곤 한다.


그래서 삶이 무료하고 지루하다가도 또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명절이라 이런저런 음식에 명절후유증에 가족들이 모이면 나누는 이야기들에 기쁘고 즐겁다가도 시끄러운 소음에 누군가는 스트레스받기도 한다는데, 그 소음거리마저도 우리가 함께 마주 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이유이지 않을까 한다.


명절이면 만나고 싶지만 이제는 볼 수 없는, 어릴 때 돌아가신 할머니와 외할아버지, 4년 전 소천하신 할아버지와 언제 돌아가셨는지 개인사로 알 수는 없지만 다시 만나리라 믿고 싶은 외할머니까지. 너무너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명절이다. 이번 명절엔 아주 많이 폭설까지 온다고 하니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에 올 손자 손녀만을 기다리시던 어르신들의 이번 연휴는 또 얼마나 외로우실까 싶다. 보고 싶은 나의 조부모님들 그 손 안에서 울고 웃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이번 연휴이다.


할머니는 내가 시골집에 가면 늘 허리에 차고 계신 앞주머니의 지퍼를 열어 동전을 탈탈 털어주시곤 눈알사탕 두 알을 챙겨 주셨다. 첫 손주, 첫 손녀라며 이뻐하고 꼭 안아주셨었는데 그런 할머니의 음성과 미소가 머릿속엔 없지만 무의식 속엔 따스하게 안개처럼 자욱하다. 보고 싶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조부모님들의 사랑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명절이 되어보자. 내리사랑이라고들 하는데 우리의 내리사랑 할머니, 할아버지는 언제고 꺼내 볼 수 있는 사진첩 같은 존재가 아니니. 열어도 보여도 느껴도 다 느껴지지 않게 될 지금의 감정을 충분히 만끽하고 품에 가득 안아드리자. 사랑을 주셔서 감사했다. 나의 근원, 나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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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소복


늦겨울 아침 녘

부스스 떠보는 눈

소복소복 쌓인 눈꽃


뽀득뽀득 소리 내며

기꺼이 두발 맞춰보니

보고픔 같은 얼굴 하나


쌓인 눈에 입 맞추고

엉겁결에 보고프고

너란 시를 그려본다


녹지 않는 눈은 없어

맞아 그럼 어떻게 해

그러니까 지금을 느껴

그럼 같이 살아내자


살아가는 모든 시가

소복소복소복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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