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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덮밥과 안심돈가스

삶에 지친 당신들을 위한 위로의 맛

by 숨고 Feb 03. 2025

세상에서 살아남는 일이 이젠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두려움을 던져버리고 살로 부딪힌 시간이 있었다. 치열하게 그 시간들을 사랑했고 살아냈다. 


그런데도 아프고 힘든 건 힘든 일이었다. 사는 게 정말 아슬아슬 외줄 타는 느낌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나'하고는 한숨짓던 시간이 있었다. 그런 날에는 내가 정말로 지금이 힘겨운 이유를 찾았다. 무수한 이유들 중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나를 못 믿겠다는 거였다. 작은 선택 하나까지도 스스로를 믿지 못해 누군가의 의견을 묻고 따라야만 안심했고, 그 결과에 불만족스럽거나 안 좋은 결과가 생겨날 때면 나를 탓하지 못해 그 누군가를 탓하기 급급했다. 어리석었고, 많이 작은 마음이었다.


그때 나를 살려준 것은 여행이었다. 근교로 떠나는 소소한 나들이, 그것만이 내 삶을 살렸다. 그 연남동 어딘가에서 먹었던 연어덮밥과 안심돈가스는 참 담백하고 깨끗했다. 군더더기 없이 좋았고 부드러운 쌀밥에 연어를 적당한 고추냉이와 양파에 곁들여 비벼먹던 그 뒷맛까지도 좋았다. 속이 쓰려올 때면 아삭하게 씹히는 채 썰어진 양배추가 내 속을 달랬다.


그렇게 곁들여진 양배추 샐러드 같은 존재가 무얼까 생각했다. 나의 속이 쓰리게 아프던 날들을 부드럽게 소화시켜 주던 것은 유유히 떠돌아다니던 시간이었다. 함께했던 사람도 좋았고 그 추억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날의 따사로운 햇살과 초여름 빛, 그리고 그 골목 어귀의 아름다운 벽화까지 그 주변 풍경들과 색감들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걸음걸음 힘이 차게 가볍던 발걸음이 떠오른다.


흔히들 아픈 건 터놓고 열어서 상처에 연고를 발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다르다. 터놓고 열어보기 어려운 상처들이 있다. 그런 건 열어서 꿰매기보단 금이 간 자리에 부목을 덧대듯 아물 동안 움직이지 않고 쉬도록 쉼을 줘야 한다. 괜찮지 않은 건 괜찮지 않다고 말해줘야 한다. 아픈 건 아픈 거고 다친 건 다친 거다. 괜히 아닌 척 스스럼없이 씩씩하게 애써 웃을 필요 없다. 살아가는 게 삶이라는 축복의 시간을 누리는 게 홀로 쓸쓸히 절벽에서 피는 꽃처럼 외로울 때가 있다. 아프면 쉬고, 조금 주저앉아있으면 어떠냐고 말하고 싶다. 세상이 무너질까 싶었지만 그건 정말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누군가보다 뒤처진들 어떻고 넘어진들 어떨까. 살아가는 게 다 뒤처지다가도 앞서가고 앞서가다가도 넘어지는 게 인생인데. 그냥 그렇게 자연스레 살아가자.


모두의 삶이 그 모양들이 저마다 색을 내어 아름다운 꽃과 풀과 산새소리와 연못 같다. 그곳에 새찬 바람이 불더라도 고요해질 그날을 바라보며 살아가시기를 자그맣게 빌어본다.





제목 없는 시


네가 한겨울이라면 

나는 마른 나뭇가지


네가 초여름이라면

나는 오색 빛 무지개


새끼손가락 끝에 묶은 한가닥 실처럼

멀어진대도 떨어지지 않을 우리 인연


너를 향해 건넸던 위로 한 마디

고통도 언젠간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나를 향한 너의 한 소절

그래 엄마 아프지 않은 건 삶이 아니야


사랑해 우리 인연을

아득히 지켜줄게 

푹 파인 빈 자릴 메우듯


어설피 곁을 주다

결국엔 결이 되는 우리의 시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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