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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하던 피크닉세트

조화여도 괜찮아, 너랑 꽃은 조화여도 참꽃이니까

by 숨고



< 조화여도 괜찮아, 너랑 꽃은 조화여도 참꽃이니까. >

사랑하고 아끼는 동생과 여기저기 두루 다니며 홈카페놀이, 피크닉놀이, 동넷길 산책을 즐기던 나날이 있었다. 게으른 나보다 한발 먼저 일어나 피크닉매트에 알록이 달록이 이쁜 튤립조화에 색깔을 깔맞춤이라도 한 듯한 과일들과 샌드위치. 나의 지갑사정을 알아주듯 동생은 '언니는 에그타르트나 쿠키 정도 사. 다 준비 됐어.'라며 씩씩하게 웃어주던 밝은 사람이었다. 고맙고도 편해서 행복했다. 참 좋았던 나날이었다.


천생 여자, 감성충의 AB형 그녀는 무드란 무드는 다 즐기고, 이쁜 사진과 구도란 구도는 다 연구하고 모방해서 그 시대의 유행에 발맞춰 추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취미의 소녀 같은 아이이다. 저때로 말할 것 같으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라 갈 곳이 많이 없던 나의 동네였는데 유난히 햇살이 밝고 좋아서 자외선차단제도 거르고 우리는 피크닉을 가자며 무작정 만남을 약속했다.


지금도 그녀와 살고 그녀와 먹던 샌드위치와 토스트, 간식, 디저트, 커피들의 향연이 나를 춤추듯 꿈틀대게 한다. 아름답고 소박한 기억들. 모두들 그런 기억을 언제 떠올리셨는가? 저마다 있다. 아주아주 어릴 때이든, 가장의 최근이든 저마다 그런 '행복상자'는 존재하기에 우리는 지금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아프지 마시고 너무 많이 힘겨워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소소함을 누리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과 자기 삶에 대한 정성을 들인다면 정말 작은 기회비용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 우리 이런 시절이 다 갔다고 말하지 말자.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모두들 '나 오늘도 살아있네, 기쁜 하루가 될 것 같아 왠지.'라며 미소 지어보셨으면 한다. 척박한 하루하루일지라도, 희망 한 줄기 없는 삶이 고되어 포기하고 싶더라도. 그저 웃어보자. 웃으며 떠올리며 다시 희망을 갖자.


괜찮다. 실수도 편견도, 아픔도 고통도 언젠간 당신을 세워준 발돋움으로 남을 것이다. 기쁘고 한숨짓지 않는 모든 삶은 허상이다. 좋아 보여도 우리는 저마다 고통이 있다. 나 또한 그러하다. 처절하게 부딪히고 무너지는 마음들이 한편에 있다. 그래도 살아가자. 우리 포기하지 말고, 덤덤히 받아들이고 조금씩 걸음을 떼다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속도를 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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