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루꼴라 샌드위치

순둥이를 품에 안고

by 숨고

반려견이 하나있다. 몇 날 며칠을 본가에 있느라 혼자 지내는 나날들이다. 보고 싶은데 또 내가 일을 가면 혼자 남겨질 아이를 생각하면 보고 싶어도, 곁을 지켜줄 '부모님께 맡기는 게 널 위한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보리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내게 있어 우리집 강아지, 이 순둥이 같은 음식은 아이스 얼그레이 한 잔에 먹는 루꼴라가 담뿍 담긴 샌드위치이다. 담백하게 발효된 빵의 살결과 루꼴라의 과하지 않은 향기. 그리고 산뜻한 식감. 안에 토핑 된 슬라이스 햄과 토마토까지. 과하지 않은데 참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품에 안고 있으면 덜덜 떨기만 하고 겁을 내다가 이내 안정을 되찾는 내 강아지가 겹겹이 사랑스럽다. 이런 청정지역 같은 무해한 녀석. 이런 보리를 잘 표현한 음식이 바로 이 건강한 맛인 것 이다. 몸에도 좋지만 맛도 참 좋아서 마음을 정화시켜 주면서, 보기에도 소담스러운 보리와 닮은 음식이다.


살아가면서 이런 사람들을 가까이한다면 우리는 행복할 것 같다. 굉장히 자극스럽지는 않아도 무난히 곁에 있으면 늘 한결같이 좋고, 편안하여 안정을 주는 인연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조금은 루즈하고 지루할 틈이 생기더라도, 서로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의 만남을 이어가 보자.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삶을 이룬다.


keyword
이전 11화베풂의 미학, 닭볶음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