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를 품에 안고
반려견이 하나있다. 몇 날 며칠을 본가에 있느라 혼자 지내는 나날들이다. 보고 싶은데 또 내가 일을 가면 혼자 남겨질 아이를 생각하면 보고 싶어도, 곁을 지켜줄 '부모님께 맡기는 게 널 위한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보리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내게 있어 우리집 강아지, 이 순둥이 같은 음식은 아이스 얼그레이 한 잔에 먹는 루꼴라가 담뿍 담긴 샌드위치이다. 담백하게 발효된 빵의 살결과 루꼴라의 과하지 않은 향기. 그리고 산뜻한 식감. 안에 토핑 된 슬라이스 햄과 토마토까지. 과하지 않은데 참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품에 안고 있으면 덜덜 떨기만 하고 겁을 내다가 이내 안정을 되찾는 내 강아지가 겹겹이 사랑스럽다. 이런 청정지역 같은 무해한 녀석. 이런 보리를 잘 표현한 음식이 바로 이 건강한 맛인 것 이다. 몸에도 좋지만 맛도 참 좋아서 마음을 정화시켜 주면서, 보기에도 소담스러운 보리와 닮은 음식이다.
살아가면서 이런 사람들을 가까이한다면 우리는 행복할 것 같다. 굉장히 자극스럽지는 않아도 무난히 곁에 있으면 늘 한결같이 좋고, 편안하여 안정을 주는 인연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조금은 루즈하고 지루할 틈이 생기더라도, 서로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의 만남을 이어가 보자.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삶을 이룬다.